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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l 01. 2023

여름 보양식이 필요할 때다


센터에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이선생님을 추천했다. 지금 센터에 수업도 와보셔서 잘 알고 있고, 다른 선생님은 시간이 맞지 않아 마침 선생님만 수업진행이 가능했다. 오래전 선생님께 떡을 배웠고 추천으로 일을 시작했었다. 많은 은혜를 입고 오랜 기간 알고 지냈어도 갚지 못한 마음의 빚이 있었다. 엄마의 수술로 인해 식사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좋은 갚음과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었다.


선생님은 이번 수업이 좋으셨는지 금액이 아주 마음에 든다고 했다. 물론 나도 그랬다. 난 월, 목, 금 수업을 다 하게 되었기 때문에 무척 고무됐다. 더구나 특강이라는 타이틀 앞에 횟수도 20회, 9회, 20회여서 만족스러웠다. 내게 전화를 하셔서 수업 후 돌아가는 길에 연락을 드렸다. 무슨 일일까 싶어 궁금하기도 했고 수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안부도 궁금했다.


내게 갑자기 주소를 물어와 운전 중이라 금방 문자 드린다고 했다. 그리고 억울하니 선생님 주소도 알려달라고 보냈다. 웃으시면서 선생님도 주소를 보내왔다. 난 망고 튼실한 놈으로 선물세트를 보냈고 선생님은 내게 전복을 보내셨다. 하루 만에 받아 든 전복은 크기가 손바닥만 했다. 내가 보낸 망고도 튼실하다며 큰 놈이라 좋아하셨다. 본인은 일거리만 보냈다며 약간 미안해하시면서.


습한 날씨 때문인지 죽 한 그릇 먹고 싶었으나 기운이 쇠진했다. 그때 전복이 생각나 깨끗이 손질해 살짝 쪄 내고 얇게 썰어서 접시에 둘러냈다. 일부는 다져서 참기름에 살짝 볶아 내고 쌀을 볶아 물 붓고 전복죽을 끓였다. 기운이 없을 때 전복이 그 값어치를 드러내지 않나. 더구나 여름에 들어서 힘들었는지 기운이 쪽 빠진 채 하루를 보냈기에 보양식이 생각났나 보다.


얼마 전 건강검진을 했었다. 친구 하나는 오랜 야근으로 체중이 많이 불어 검진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었다 한다. 우리 나이 때가 다 그렇지 않나. 나 또한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할 테니 매번 받을 때마다 건강에 대한 염려를 하게 된다. 그동안 잘 살았는지 점검받는 시기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을 알게 되어 어쩌면 성적표 이상의 의미겠다.


딸도 전복을 좋아한다. 아프거나 기운이 떨어질 때면 전복죽을 끓여달라 해 기운을 보충하곤 했다. 그래서 딸을 위해 8마리 중 몇 마리는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고 나머진 남편과 함께하는 저녁상에 전복죽과 김치, 살짝 찐 전복을 슬라이스 해서 올렸다. 요리 선생님들은 재료를 건넬 때도 어떻게 손질하고 보관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곤 한다. 내게 솥밥을 하면 좋다고 자세하게 알려 주셨기에 솥밥을 하려다가 부드러운 죽이 먹고 싶어 급하게 죽으로 준비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흰쌀에 전복이 듬뿍 들어간 죽이 입맛을 돋우었다. 살짝 쪄서 야들야들 한 전복은 기운이 불뚝 올라오는 듯했다. 여름을 달리는 중엔 흐르는 땀과 건강을 챙겨야 할 때 아니던가. 덕분에 난 맛있는 몸보신을 했다. 몸에 맞는 여름 보양을 더해서 기운 내 올여름엔 내 몸을 더 사랑하고 건강한 자연식으로 나를 가까이할 수 있기를 슬그머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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