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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n 29. 2023

가족을 만나러 떠납니다.


조카가 이번 주에 폴란드에 간다.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수 없기에 가까운 폴란드로 가서 가족을 만나고 올 예정이다. 얼마 전 만 18세가 되어 우크라이나 기준엔 성인이기에 준비해야 할 서류들이 있다. 전쟁이 끝나고 학업을 마무리하면 다시 들어갈 일이 생기고 가족도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비행기 표를 보내와 기말고사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출국 준비를 한다.



지난주 내게 환전과 필요한 약을 부탁한 게 있었다. 동생이 보이스 톡을 걸어와 필요한 약과 약간의 달러를 부탁했다. 아직 큰 금액을 들고 갈 수 없기에 가능한 금액 일부를 달러로 바꿔 달라면서. 다행인지 지난주에 이미 수업을 마무리해 오전 일찍 만나기로 했다. 월말이 다 되었기에 은행이 붐빌까 봐 아침 일찍 만났다. 전날 미리 모바일로 환전한 금액을 찾고 필요한 약을 구하러 약국에 들렀다.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는 걸 돕다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웠다.


오랜만에 햄버거를 하나 먹기로 했다. 아직 어린아이 같은 순진함을 가지고 있는 조카는 의사 표현을 확실하게 한다. 좋아하는 버거를 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햄버거는 누구랑 먹느냐에 따라 맛도 달라지나 보다. 한 학기를 마치면서 느끼는 생각은 조금 더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처음엔 한글도 고 리포트 작성이나 수업을 따라가는 게 어려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지금은 한 학기를 마치고 나니 전보다 더 자랐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웃는다. 나이에 비해 어른 같은 말을 한다. 스스로 대견하고 기특하게 여기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옆에서 보니 근성이 있었다. 남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 나가는 게 보여 좀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내 앞에선 표시하지 않았지만 울면서 엄마 아빠에게 전화해선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했단다. 그래도 겪어야 될 과정이라며 스스로 익혀야 하니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말이 쉽지 다른 나라에서 고등학교까지 공부하고 낯선 한국 대학에 입학해선 맞춤법도 어색한 채 시작했는데 이제는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웃는다. 많이 발전했다는 말을 하는 순간 웃는 얼굴이 빛나 보였다.


일주에 한두 번 보며 드는 생각은 그래도 기특하다는 생각이었다. 살면서 처음 부모와 떨어져 동기들이 언니만 있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본인이 미디어 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기에 언론, 신문, 방송 등 많은 정보를 접해야 하는데 실제론 공부 양을 따라잡기 위해 종일 씨름을 한다. 남들은 며칠 만에 작성하는 리포트를 쓰기 위해 2주 전부터 준비하고 시작을 했는데도 마무리가 어려웠다며 이제는 할 줄 아는 게 점점 늘어난다며 웃는다.

러시아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긴장하고 있는 때 동생네는 딸을 만나기 위해 이틀이나 먼저 출발을 해야 만날 수 있다. 육로가 많이 파괴되어 돌고 돌아가면 6000킬로를 가야 한다며 도저히 어려울 거 같아 기차로 출발한단다. 전쟁 전엔 한 번에 갈 수 있는 기찻길도 여러 번 갈아타고 기다려야 갈 수 있다면서 28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가족 상봉의 길이 수월치 않다. 내가 오전 일찍 수업에 가야 해서 공항까진 데려다줄 수 없지만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었다.

공부하느라 밥도 챙겨 먹지 못해 살이 쪽 빠진 조카와 밤새 공습에 충분한 잠을 못 자는 가족이 만난다. 오랜만에 살이 빠진 가족들끼리 상봉할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온다. 여러 서류를 작성하고 필요한 준비를 하느라 폴란드에 머물다 들어오면 어느새 7월을 훌쩍 달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보다 더 서늘할 북유럽의 날씨에 건강하게 다녀오라며 꼭 안아주었다. 멀리 이국에서 딸을 그리워할 가족을 생각하니 그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데려다주지 못하는 짠한 마음을 더해 건강하게 돌아오길 비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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