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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n 20. 2023

집 나간 입맛을 찾아줄 토마토 수프


날이 덥다. 낮부터 습기가 있고 한낮의 기온이 오르니 자연스레 집안에서도 에어컨을 켜게 된다. 화장실 대청소며 각종 몰아 둔 집안일을 하다 보니 숨이 찼기 때문이다. 주말에 더위를 먹었는지 입맛이 없고 그새 기운이 쇠했는지 새콤달콤한 토마토 수프가 생각났다. 토마토를 한 봉지 사고 셀러리 작은 것 한 봉지를 사놨기에 집에 있는 양파와 고기로 그냥 끓이면 될 일이었다.


최근 토마토를 사다 놓고 즐겨 먹지 않아 한꺼번에 상해 버린 일이 있었다. 토마토는 상온에 두어야 하는데 양이 많아 냉장고에 두었더니 주스도 안 해 먹고 그냥 방치를 했었다. 냉장고 정리를 하다 보니 안 먹는 야채가 나오는데 토마토가 대표적이었다. 민망해서 한가득 쓰레기를 버리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음식을 함부로 욕심을 내서 많이 사고 먹지도 못했으니 이 일을 어찌할까?


여름에 들어서면 불 앞에 오래 서 있기 어렵기 때문에 각종 면 요리며 간단한 한 끼를 선호하게 된다. 더구나 난 땀을 비 오듯 쏟는 체질로 바뀌었기 때문에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가온 여름을 피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각종 먹거리로 몸을 보호하고 건강을 챙겨보기로 했다. 얼마 전 전복을 선물 받아 전복을 쪄 먹기도 하고 전복죽도 끓여 먹었다. 기운이 나는 듯 하나 더위를 먹었는지 며칠 기운이 쳐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자꾸 생각나는 새콤하고 상큼한 토마토 수프를 끓이기로 했다.


토마토 수프의 종류는 실도 다양하다. 살짝 얼린 토마토를 갈아서 사각거리는 식감으로 만들어 내는 시원한 가스파초가 있고, 토마토와 각종 야채를 넣고 달큼하게 오래도록 끓여 낸 토마토 수프가 있다. 여기에 스파게티를 잘라 넣으면 미네스트로네 수프가 되고 비트를 넣으면 러시안 수프가 된다. 난 달큼하게 끓여 낸 토마토 수프가 입맛을 돋울 거 같았다.


요즘 마약 수프라고 하는 수프를 보면 토마토를 넣고 냉장고의 각종 야채를 같이 넣어 끓여 내는 수프를 말하니 이것 또한 토마토 수프의 한 종류라고 할만하다. 난 여기에 소고기를 넣고 월계수 잎과 셀러리를 첨가할 예정이니 든든하고 상큼할 것이다. 완숙 토마토를 열십자 칼집 모양을 내고 데쳐서 껍질을 까준다. 방울토마토를 사용해도 된다. 그리고 양파, 셀러리, 양배추 등 좋아하는 야채를 듬뿍 넣어주면 된다.


먼저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같이 볶아준다. 그러다가 소고기를 넣고서 겉이 익도록 볶아준다. 그 뒤에 자른 토마토와 각종 썰어 놓은 야채를 넣으면 된다. 그리고 토마토소스를 넣어주면 색이 이쁘게 난다. 난 홀 토마토소스 갈아 준 게 좀 남아서 넣어주었다. 월계수잎 몇 조각 넣고서 푹 무르게 끓이면 된다.


물을 넣지 않고 끓이면 더 진하고 오리지널 같은 맛이 난다. 고기 맛과 셀러리 맛이 잘 어우러져 집 나간 입맛을 잡아 줄 것이다. 독특한 냄새는 셀러리가 담당하니 반드시 넣어야 할 재료엔 셀러리가 필수다. 뭉근하게 고기가 물러지고 야채가 흔적이 없게 삶아지면 집안 가득 상큼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게 바로 달큼한 토마토의 맛일 테니 누구라도 입맛을 돌게 할 것이다. 저녁 늦게 시작한 토마토 수프의 진한 향이 집안을 맴도니 내일 아침 첫 술을 뜰 때 기분 좋을 것 같다.


여러 방면으로 즐길 수 있는 토마토를 여름 내 주스와 마리네이드, 샐러드 외에 수프로도 즐겨보시라. 이만큼 상큼하고 입맛을 살리는 요리는 없을 것이다. 왜 토마토 수프가 내 맘을 위로했는지 모르겠다.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보면 의사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고 하지 않나. 그만큼 몸에도 좋은 토마토를 잔뜩 사서 한동안 질리도록 끼니로 즐기고 싶다. 물론 강요도 없고 내가 먹고 싶어 만든 것이니 어디에도 팔지 않아서였다. 요즘 레스토랑에서 토마토 수프를 본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오래전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을 때 먹었던 토마토 수프의 맛을 떠올리며 만들었던 내 수프는 일단 합격점이었다. 더운 여름을 보낼 기운을 얻고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주고 싶어졌다. 토마토 한 그릇 듬뿍 담아 만든 토마토 수프가 오늘 밤 나를 포근하게 재워 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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