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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Jun 17. 2023

베이글 수업을 마무리하며


베이글 마지막 수업이었다. 저온 발효로 만든 베이글을 데치고 원하는 토핑을 올려서 굽는 방법으로 만들었다. 토핑은 곱게 썬 슈레드 체더치즈를 얹거나 참깨, 검은깨, 믹스한 깨, 호박씨, 치아시드, 해바라기씨 등을 선택해서 올릴 수 있게 했다. 여러 모양과 질감의 토핑들을 만들어 올리니 만족도도 높고 다양한 모양으로 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 듬뿍 토핑을 맘껏 뿌리니 이렇게 튼실한 제품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제인 베이글은 핫한 아이템이어서 관심도 많았고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어 내느라 즐거웠다. 물론 나도 많이 공부하고 제품을 연구한 거라 좋았고 더구나 베이글도 좋아한다. 런던 베이글을 비롯해 요즘 서울에서 핫하다는 몇 개의 매장을 둘러봐도 하나같이 베이글의 가격이 사악하다. 한 개에 4,700원에서 5,500원을 넘기니 이게 그렇게 비쌀 노릇인가 싶다. 웬만큼 만들어도 만족할 만한 모양과 질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조금의 아이디어를 더한 값 치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를 넘나들며 홍보를 해서 사람들이 오픈런까지 한다.


가방을 사겠다고 기다리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빵 좀 사겠다고 새벽 7시부터 기다린다. 빵투어를 위해 오픈런을 한다고 하니 정말 웃기다. 그날 아니면 못 먹는 것도 아니고 개당 가격이 식빵 한 줄 가격보다 더 비싸다. 너무한 처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코스트코에 가면 6개 들이 한 봉지 가격 정도 하는 걸 몇 만 원씩 되는 가격에 사 먹는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빵 가격이 비싸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캐나다에선 1 봉지에 5~6개 정도 들어있던 베이글은 1달러 내외였다. 한국에선 한 개에 2달러가량 하지 않나? 가격을 보고 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빵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제빵인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닐 텐데. 어쨌든 베이글 열풍에 나도 편승을 해서 이번 기수의 수업은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인당 15~18개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면 충분히 먹고 나눠주고 인심 쓰기 적지 않은 양이니까. 내 수업은 전문가 반이어서 주제를 달리해 매번 방법을 바꾸고 있으니 재미도 있고 수확도 있다. 나도 좋고 수강생도 좋은 일석이조라고 할까.


베이글의 특징은 살짝 끓는 물에 데쳐내서 겉은 쫄깃, 속은 촉촉한 맛이다. 더구나 저온 발효를 하거나 데치기 전 살짝 덜 발효를 해야 해서 쫀득한 식감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 입맛은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다 보니 베이글조차 핫하다는 업체에서 부드럽게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베이글은 원래 부드러운 줄 안다. 오리지널에 대비해 보면 그게 아닌데 말이다. 물론 그 나라에 맞게 입맛도 변하고 원형다른 식감을 선호하는 것 역시 트렌드 일 수 있다. 외국인이 보거나 원래 알만한 사람들은 베이글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열광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으려니 한다.


한때 마카롱 열풍이 불었다. 프랑스의 마카롱 개수보다 더 많은 제품이 한국에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응용력은 대단하다. 심지어 조개, 사람, 캐릭터 모양부터 뚱카롱까지 기상천외한 모양과 맛을 만들어 내고 판매를 했다.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창작과 재생산에 능력 있는 민족이다. 그런 열풍이 요즘 베이글로 옮겨갔으니 아마도 한참은 갈 거 같다.


한 번쯤은 호기심에 맛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라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마케팅에 속고 맛과 어이없는 가격에 농락당하는 것을 보며 슬금슬금 오르는 빵 가격뿐 아니라 가격이 평준화되는 것 같다. 물론 고 가격으로 말이다. 이미 비쌀 대로 올라버린 가격이 천정이 뚫린 것처럼 오르기만 한다.


적절한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변 동네 가게 한번 찾아보시라 말하고 싶다. 젊고 자기만의 의지가 있는 빵집들이 더 많이 늘어나 가격의 평준화뿐 아니라 다채로운 빵들을 즐길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아마 멀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매장들이 등장하는 꿈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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