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먹는 과일은 안 먹어요!"
너무 단호한 한마디. 어느덧 청년수업이 마지막을 달리고 있다. 유달리 체감온도가 낮아 잔뜩 싸매고 온 사람들이 많다. 가볍게 양념장 만들고 야채와 닭을 썰어 넣으면 되는 닭갈비는 인기가 좋았다. 더구나 밥 볶아먹으라고 피자치즈를 주었더니 흰밥과 볶음밥을 번갈아 먹으며 갈 생각을 안 했다. 담당자가 와서는 친구들끼리 오늘 맛있었다는 말을 제법 많이 한다고 했다.
추운 날씨 덕분에 튀김 메뉴를 기름 처리 어려워 바꾸자고 한 담당자 덕이다. 덕분에 난 칭찬도 듣고 만족도도 높았다 하니 다행이다. 디저트로 배를 주었는데 친구들은 과일 깎을 줄 몰랐다. 칼날을 밖으로 향하게 밀면서 살과 껍데기를 떼어냈다. 처음 깎아봤다는 친구가 대부분이었고 여자 한 명은 깎아먹는 과일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단호할 수가. 감자칼이라도 사용하면 될 텐데 거기까지 생각도 못 하는 게 분명했다. 앞으로 못 먹을 수도 있다는 과일 아니던가. 이렇게 크고 맛있는 배를 까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니 신기했다.
딸도 이걸 깎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 부모가 잘라주고 손질해 주지 직접 해본 경험 자체가 없을 것이다. 혼자서 과일을 사 먹지도 않고 컵과일이며 씻은 사과가 포장돼서 나오지 않나. 그러니 깎을 필요조차 없다. 눈에 보이면 안 먹을 수 없을 텐데 귀한 걸 모르는지 아니면 정말로 귀찮은지 모를 일이다.
담당자는 사과 하나씩 주니 껍질 까기 귀찮아 다 들고 간다 했다. 그럴 수도 있구나. 어쩌면 이번 수업이 그들에겐 좋은 경험일 것이다. 사 먹고 인스턴트만 알 나이 아니던가. 비교적 심플하게 손만 몇 번 대면 집에 있는 재료로 손쉽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 조금이나마 도움 될 것이다. 파는 음식 못지않게 해 먹는 음식 또한 맛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도. 어찌 음식점 재료보다 해 먹는 음식재료가 못할 수 있겠는가.
음식은 신선도가 우선이다. 양념도 많은 것을 배제하고 되도록 심플하게 먹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밖에서 파는 알록달록한 음식과 간이 세게 되어 단짠으로 길들여진 입맛이 어디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여태 길들여 온 맛조차 바꾸기 쉽지 않은데 노력하지 않으면 건강을 지키고 몸을 돌보는 것이 쉽지 않으니 덜어내는 게 더 어려운 세상이다. 먹는 것을 줄이고 사는데 필요 없는 것을 걷어내며 생각을 덜어내는 일이 어찌 쉬울까. 더하는 건 밥을 한 술 뜨듯 넣으면 되나 덜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입에 익숙하고 길들여진 입맛은 그래서 어렵다.
아무쪼록 마무리까지 좋은 시간이길 바라며 나 또한 그들로 인해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고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