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은 시간이 주어지나 같은 하루는 없다. 요즘 날마다 내 시간들을 반성과 돌아봄으로 마무리를 한다. 우연히 감사일기를 쓴 지 70여 일이 되어 간다. 늘 하루의 마무리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서 오늘 나의 감정과 일상이 어떠했는지, 무슨 생각들이 일었는지 기록하고 있다. 100일을 목표로 시작했건만 늘 기쁘고 감사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다듬고 보듬어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글을 끄적거리고 있을 뿐. 늘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실상 나도 내 마음을 모른다. 날마다 써도 쓸 내용이 나오고 별 특별하지도 않은 일상에 빛이 비치고 한줄기 바람이 스민다. 때로는 작은 것이지만 소중하고 감사하는 맘으로, 또한 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기쁨을 맞이한다. 나는 설레기도 하지만 불안함과 불편함도 있다. 마음이 제어가 안되고 힘듦으로 치닫는다. 그러다 환한 기쁨으로 치장을 하기도 한다. 작은 말 한마디에 기쁘고 반갑다가도 때론 힘들고 지하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음을 겪는다. 날마다 내 마음이 진동으로 오르내린다. 내가 산을 오르내리 듯이.
강제로 일상이 멈춤이 되자 나는 3일에 한 번 산에 갔다. 더우나, 시원하나, 바람 부나 늘 산을 오르내렸다. 가까운 안산에. 남들이 지나가는 둘레길이 아닌 봉수대로 향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정리하며 지나던 길모퉁이 이리저리 나를 내려놓고 다닌다. 어지러운 마음과 힘듦, 원망과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걸어가는 곳 여기저기 뿌리고 다닌다. 어느 하루 같은 마음인 때가 없다. 그럴 때마다 산은 늘 나를 두 팔 벌려 품어준다. 따뜻한 햇살이, 살랑이는 숨결 속의 바람이, 그리고 나뭇잎 사이사이 부서지는 바스락 거림까지도. 눈길 닿는 곳마다 내 마음을 내려놓는다. 지나는 길목마다 내 마음의 조각들을 놓아두고 다시금 들춰볼 수 있어서 좋다. 자꾸 내 마음의 잔재들을 덜어내는데 자연은, 계절은, 그리고 시간은 나를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견디고 살았나 보다.
나의 일상은 멈추었어도 나의 하루는 흘러간다. 매일 같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살아내야 하는 일상이 있다. 가족의 하루 식사를 해결해야 하고, 매일 해야 하는 집안일도 있다. 때론 수업도 있고, 늘 엄마의 약도 챙겨야 한다. 특별함이 없는 엄마는 일상으로 나와 마주한다. 하루하루 어린아이처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럼에도 엄마는 매일 살아내야 하는 하루가 있다. 밥을 하고 국을 끓이듯 일상을 보낸다. 내가 보는 엄마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고, 그 시간들을 정리하고 돕는 게 나의 몫이라 생각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쉽지 않은 기다림이나 아직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도 길고 지난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산을 오르는 심정으로 내 마음을 추스르면서 그 시간들을 맞이할 것이다.
어느새 나도 내 나이를 돌아볼 시간이 되었다. 강제 멈춤은 힘들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내 지나온 시간과 기억 앞에 서보니 나도 큰 그릇 들로 살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내 자식에게 보여준 뒷모습에 자기만이 아닌 사회와 국가에 대한 큰 꿈과 이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기적이고 나만 아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대범함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스스로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나의 바람보다 잘 자라주었고, 많은 것들로 돌려받았다. 그러면 된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지금처럼 무한한 지지와 사랑뿐이라는 것을.
살면서 늘 좋은 것만 좋은 것이 아님을 안다. 때로는 잘못된 판단이라 여겼던 것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면 좋은 결과가 되어있기도 한다. 최선의 선택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내게 아픔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럴 진대 나는 지금 이 시간 충실히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내게 주어진 많은 것들을 감사함으로, 그리고 나를 돌아봄으로 보낸다. 글을 쓰고, 수업을 준비하고, 책장을 넘기고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내가 품는 많은 것들로 인해 마음이 어지럽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즐기고 느끼고 있다. 내가 닿는 어느 길에 내 마음도 접점이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조금씩 한 발을 디뎌본다. 감사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