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의 계절이다. 시장에 나가니 오이가 저렴하다. 식구들이 아삭한 식감을 좋아하고 오이의 상큼함을 사랑한다. 오이를 열댓 개나 샀다. 들고 오기 무거웠지만 부추랑 오이 고추 외 다른 것도 함께 구입했다. 오이김치의 계절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이소박이와 고추 소박이를 담그려 한다. 오이를 굵은소금으로 살살 문질러 씻는다. 오이소박이는 3~4등분 하고 십자 모양으로 잘라서 해도 된다. 여러 번 담가보니 오이를 통째로 열십자를 내고 양념 소를 채워 넣은 게 익어도 더 오래도록 아삭한 맛이 살아있어서 이렇게 담는 걸 선호한다. 물론 먹을 때마다 잘라서 상에 올려야 하지만 그 정도 수고야 맛에 비할까. 각자 좋아하는 방식대로 담그면 그만인 것을.
소박이용 오이는 씨가 적어 날씬하고 곧게 뻗은 오이가 적당하다. 오이를 자세히 보면 살짝 골이 들어간 부분에 칼집을 넣어 가운데에 열십자를 낸다. 그리고 소금에 절여도 되고 끓는 물에 절여도 된다. 오늘은 뜨거운 소금물에 절이는 방법을 사용할 예정이다. 칼집 낸 오이 속에 굵은소금을 살짝 뿌린다. 그리고 이 리터 정도 되는 물을 끓여 소금을 한 컵 정도 넣어 녹인 뒤 오이에 붓는다. 오이가 뜨지 않게 살짝 뚜껑 등으로 눌러 놓고서 절이는 동안 속을 만든다.
부추 한 줌 정도를 이 센티 정도의 길이로 잘라 놓고 양파 한 개를 곱게 채 썰어 놓는다. 쌀가루나 밀가루 두 스푼에 다섯 배 정도의 물을 넣어 묽은 풀을 쑤어 놓는다. 식힌 뒤 고춧가루, 다진 새우젓, 마늘, 다진 생강, 멸치 액젓, 설탕 약간, 매실 엑기스 등을 넣고 양념을 한다. 야채를 살살 섞어서 소를 미리 만들어 놓고 양념이 어우러지게 잠시 두면 된다. 그동안 절여진 오이를 살짝 물에 헹궈서 건져 물기를 빼놓으면 된다.
절인 오이는 물기를 충분히 제거해야지 국물이 흥건하게 생기지 않는다. 오이 겉면에 양념을 쓱바르고 오이 속에 소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김치통에 줄 세워서 채워 넣으면 완성이다. 오이소박이 윗면은 비닐 씌워서 공기와의 접촉을 막으면 익으면서 더 맛이 좋아진다. 상온에 반나절 정도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익기를 기다리면 드디어 완성이다. 그냥도 먹는 오이라 덜 익어도 안성맞춤이다.
고추 소박이는 오이소박이 담글 때 옆에서 같이 만든다. 오이 고추 가운데 칼집을 한 개 정도 내고 소금물에 절여 속을 채워 넣으면 고추 소박이가 완성이 된다. 아삭아삭 한 식감에 맵지 않아서 입맛 없을 때 먹기 좋다. 매운 것을 못 먹는 내 입맛에도 딱인 걸 보면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까. 입맛 없을 때 아삭하고 시원한 오이로 만든 소박이를 담가보시라. 그리고 오이 고추로 만든 고추 소박이도 괜찮다. 밥 한 그릇은 뚝딱할 만큼 입맛이 돌아올 것이다. 오이가 익어가는 계절이라 얼른 다른 것도 만들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