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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짝사랑

상상으로 바라보는 내 물건

by 최림



난 그녀를 늘 필요로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맘을 몰라주는 것 같다. 때로는 내 시선을 피해 어둡고 조용한 곳에 홀로 있을 때도 있다. 얼마나 찾고 싶은지 모른다. 맘 같아선 땀나도록 달려가 흔적 찾기를 하고 싶으나 실상은 마음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드디어 그녀를 보며 안도의 숨쉬기를 할 수 있었으니까. 늘 그녀는 그런 존재다. 찾아야만 가까이할 수 있고, 보이는 곳에 있지만 늘 손길이 닿지 않는 그런 곳에 있다. 때로는 흔적을 찾고 싶게 하는 그녀.



그 사람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늘 손길과 눈길이 필요한 나. 언제나 사랑스러운 눈빛에 표정에 나를 담뿍 담고 있는 듯하다. 사랑스럽게 두 팔 벌려 안아주고 싶다. 때로는 잇몸이 드러난 환한 웃음과 미소로 나를 반겨주기도 한다. 심장이 떨리는 소리가 내 귓불에 전해지고 그새 발그레 지기까지 하는 걸 보면 나는 사랑하고 있나 보다. 살짝 안아보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싶어 진다.



오늘도 힘껏 양팔 가득 벌려 조심스레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살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냄새가 퍼진다. 내 귓가에 호흡이 전해지 듯이 그녀의 향이 퍼진다. 살짝 안아서 내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본다. 그때 티가 있을까 아니면 부러질까 먼지가 있을까 싶은 맘으로 조심스레, 보드랍게 나를 만져준다. 오늘도 내 마음 가득히 안정을 주고 내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그녀. 난 그녀가 좋다.



가까이서 그녀의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맘껏 쓰다듬을 수 있고, 내 마음 설레게 조심스럽게 살짝 깨물어도 준다. 때로는 딱딱하기도 하고 말캉한 부드러움도 있다. 아마도 그녀의 속살은 그런 걸까? 나를 잘근잘근 아프지 않게 물어준다. 그래도 이빨 자국 하나 남지 않는 그녀. 찡그리지도 않고서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심지어 예쁜 미소를 짓고서 나를 쳐다보기까지 한다. 어떻게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그녀를 통해 세상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데. 오로지 그녀를 통해서만 이 세상과 교감하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기에 오늘도 사랑한다. 그녀는 그런 내 맘을 알까? 가끔 내 심장의 떨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고, 내 땀과 눈물을 같이 맛볼 수도 있는 그녀. 한시도 그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다.



내 이런 마음을 담아 오늘 고백을 해 보련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이제 안녕. 다른 사람 만나 잘 살길."


오랜 시간 동안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며 같이 생활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오늘 안경점에 가서 여름이라 새로운 친구를 하나 맞이하기로 했단다. 이제 나는 빠이빠이 인가? 나만의 짝사랑이었던가?



결국 그녀는 실버 테를 두른 멋쟁이 브랜드의 새 친구를 맞이했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겠지. 더 이상 나 같은 것은 찾지 않을 테고. 오래전 내가 세상에 왔을 때 가져온 관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와의 인연도 이제는 바이 바이. 나는 죽었다. 더 이상 살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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