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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Aug 18. 2022

편견은 오만에서 나오는 것인가?

<오만과 편견> 리뷰, 2005, 영국, 조 라이트


200여 년 전에 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영국인이 사랑하는 책이라 한다. 작가는 평생 비혼으로 식구들과 거실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글을 썼다고 한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시대에 앞선 여성의 결혼관, 솔직한 언어 표현으로 빛나는 책이다. 영화에선 리지와 등장인물의 시선, 눈빛을 따라가며 마음의 변화를 알려주고 시골 출신, 신분 낮은 여성의 서로 다른 결혼관을 보여준다. 원본과 다르게 각색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체적으로 섬세한 감정 변화를 시선처리로 잘 표현했다. 책에선 자세한 리지의 심리 변화와 감정, 속마음, 주변의 눈길, 자연 표현 등 서정적인 부분이 많다. 영화에는 인물의 오르내리는 느낌을 눈길로 잔잔한 음악처럼 보여준다.


진정한 사랑과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리지는 "반할 만큼은 아니다"라는 다아시의 말을 듣는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똑똑하고 강한 리지는 다아시를 안 좋게 여긴다. 그래서인지 오만한 그의 모습을 통해 자꾸 멀어지며 틀어지는 관계가 된다. 원래 첫인상은 잘 안 바뀐다. 다아시의 사랑고백에도 언니의 사랑을 갈라놓았다 생각하고 절대 그와 결혼하지 않겠다 말해 버린다. 비에 쫄딱 젖어서 나누는 그들의 눈빛엔 서로에 대한 오만함과 편견으로 가득 찼다. 편견은 사람의 눈을 가리고 마음을 굳게 한다. 막내 리디아의 사고를 계기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오해를 풀게 된다. 말없이 가족 일을 도와주고 해결한 것을 알고 자기가 착각했음을, 다정하며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은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 생각하지만 서툴고 성숙하지 않을 때 상대의 감정을 알지 못한다. 또한 다른 이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생소하다. 내 마음도 모르는데 어찌 상대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인가.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이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읽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다. 세월은 많은 경험을 통해 익어가는 것이다. 편견은 남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마음이며 내가 가진 틀 속에서 남을 해석하고 마음대로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오만하다고 여기는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이 눈을 가리고 상대를 보지 못하게 하며, 서로에게 다가가는 장애물을 갖게 한다. 사람의 마음을 나누는 것은 어렵다. 서로에게 향하는 정직함과 솔직함이 기본이 되어야 하니까. 내 마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닌 상대의 태도와 자세도 필요하다.


여러 인물과 사랑을 이뤄가는 방법, 생각에 따라 어떻게 사랑을 꽃피우며 행복을 찾아가는지 보여준다. 자기의 가치관과 주장대로 살아가나 보다.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낳기도 하고, 어릴 때 가지는 작은 생각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짐을 보기도 한다. 잔잔하지만 현대판 신데렐라를 보는 맛도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피아노 선율과 다아시 집의 미술품, 왈츠를 추는 서로 다른 파티 등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생각의 정리를 위해 걷는 모습에서 나도 함께 넓은 들판을 밤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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