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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Sep 15. 2022

"네 잘못이 아니야."

〈굿 윌 헌팅〉리뷰, 1998, 미국, 구스 반 산트


"네 잘못이 아니야. It's not your fault. "


숀이 윌에게 건넨 한마디에 왈칵 눈물을 쏟으며 흔들리는 어깨를 부여잡는다. 숀은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아무 잘못 없으니 죄책감 갖지 말라는 말을 열 번이나 하며 위로를 준다. 윌은 양부의 가정폭력으로 입양과 파양을 반복해서 사람을 믿지 못하는 상태였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없기에 정직하지 못하고 폭력적이며 자기 마음을 터놓지도 못한다. "뭘 하고 싶냐?"라는 간단한 질문에 대답도 못하는, 자신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삶이었다. 좋은 머리로 책을 보면 스캔하듯 익히고 수학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천재에 가까운 지적 수준을 가졌지만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를 꼭꼭 숨기고 사는 어린애였다. 지식으로 남을 공격할 줄 알지, 이해와 배려에 기본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문제아다. 자기의 재능을 알지도 못하고 축복이라 생각지 못했다. 다만 재능을 알아봐 주는 램보 교수를 만나기 전까진.


영화를 보면서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했다. 램보 교수는 윌의 재능을 안타까워하고 진심으로 좋은 일에 쓰이기를 바라며 걱정해 주는 어른이었다. 숀 교수는 진심 어린 배려로 어린애 같은 윌의 마음을 헤아리며 받아주려 노력했다. 본인도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기에 누구보다 그의 마음을 잘 이해했으리라. 자기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은 사실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살면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하고 꼭꼭 숨기기만을 반복하는 사람, 그런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자기의 마음 상태를 살피고 보듬고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며 지내는지, 사람은 서로 소통하며 작은 것이라도 배우고 익히며 습득하는 능력이 있다. 하물며 자기편인 가족이라는 울타리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윌은 살면서 한 번이라도 마음을 보듬어 주고 어른다운 이를 만나지 못했으리라. 그러니 충고도, 참견도, 치료도 모든 것이 필요 없는 거추장스러움이었다.


현실을 회피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는 윌. 남을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 한편을 내주는 것일 테다. 자기의 속내를 얘기하며 의견을 구하고 마음의 빈 곳을 찾아 장소를 마련하는 일. 그러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신뢰도 없던 윌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어른으로서 일깨워 주는 참 스승의 모습을 본다. 결국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다. 내 마음을 드러내 다가가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건네는 말에 진심이 있다면 상대는 마음을 열 수밖에 없다. 많은 관계가 그렇다.


결국엔 '죄송하다'라는 말을 처음으로 내뱉는다. 위로는 많은 말을 필요하지 않는다. 간단하지만 시기적절한 한마디와 포옹이 마음을 보듬고 차가운 기운을 체온으로 데워준다. 양부에게 맞고 친구의 놀림을 견뎌야 했던, 따뜻한 보금자리로 포근함을 주어야 했으나 반대로 씁쓸함과 아픔만 주었던 가정환경은 세상에 대한 저항으로 반항적, 폭력적인 성향으로 표현된다. 스스로 인지하고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의 변화와 의지를 갖게 했다. 사람을 믿지 않던 윌은 숀의 진심 어린 말을 듣고서 여자 친구의 일을 넌지시 조언도 구하면서 작게나마 심경의 변화를 갖는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고 참고 견디며 배려하는 마음을 지녔을까? 상대의 아픔을 모른 체 않고 위로라고 건네는 한마디가 따뜻했을까? 밝은 햇살이 비치는 듯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 영화였다. 마치 재를 뒤집어 씌운 지저분한 어린애를 씻기고 닦아서 새 옷 입혀 내놓은 듯한 느낌이다. 자신이 상처받을까 봐 홀로 떠나보냈던 여자 친구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 그가 선택할 인생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리저리 쓸려 다니기만 하던 그가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듯이.


숀도 윌을 통해 자기의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더 이상 나가지 않고 머물면 고인 물일 뿐이다. 대화를 통해 배워가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로빈 윌리엄스의 다정함과 맷 데이먼의 젊은 날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포근하고 위로받는 듯한 전개와 들리는 대화는 온통 윌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애정을 쏟고 싶어지는 내용이라 치유와 위로받은 느낌이다. 자신에게 용서와 위로의 한마디가 필요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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