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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Sep 14. 2022

시키고 피자

수업 마지막 날


시카고 피자를 만들었다. 샌드위치 마지막 시간엔 가끔 피자를 만들곤 한다. 지난 기수엔 깔조네(이탈리아 만두 모양의 피자)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미국식 피자인 시카고 피자는 일반적으로 원형 틀을 사용해서 케이크처럼 높이 감 있게 만드는 피자다. 사이즈가 작아도 결코 내용물이 작지 않기에 3~4인이 나눠 먹을 만큼의 크기다. 매장에선 비싼 가격에 판매를 하는 제품이다.


반죽은 강력분, 이스트, 물, 소금, 올리브유가 들어간다. 부드럽게 믹싱을 한 반죽을 발효실에 넣고서 소스를 만든다. 소고기 다짐육에 설탕, 간장, 후추를 넣고 뜨거운 팬에 볶아낸다. 다진 마늘과 양파를 올리브유에 투명해질 때까지 볶고 칠리소스와 토마토소스, 오레가노, 올리브 잎 2장을 넣어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조린다. 베이컨과 살라미, 블랙 올리브와 방울토마토를 알맞게 잘라준다.


반죽은 4등분(300g 정도)으로 나눠서 밀대로 잘 밀어 펴고 원형틀보다 큰 사이즈로 만든다. 우리는 원형 틀 3호(21cm)를 사용했는데 바닥이 얇아서 반죽을 꺼낼 때 바닥이 떨어지지 않게 밀어야 한다. 밀어 편 반죽은 틀 안쪽에 맞게 그릇 모양으로 꼼꼼하게 만들어 놓고 바닥을 포크로 살짝 찍어 준다. 이것은 바닥이 부풀지 말라고 내는 모양이다.


소스를 골고루 발라주고 피자치즈를 살짝 뿌려준다. 치즈는 재료와 접착해주는 역할을 한다. 준비한  방울토마토와 베이컨, 블랙 올리브를 넣고 치즈를 뿌려준다. 볶은 소고기, 양파, 베이컨을 올려 준 뒤 다시 소스를 살짝 바르고 치즈를 뿌려준다. 나머지 방울토마토와 블랙 올리브, 양파, 살라미, 볶은 소고기를 올리고 피자 치즈를 올린 뒤 파슬리 가루를 뿌린다.


모양으로 보면 소스를 바른 뒤 재료를 넣고 피자치즈를 뿌린 뒤 재료를 층으로 쌓아 올린 모양이 된다. 예열된 230도의 오븐에 넣고서 15~20분 정도 색을 보며 굽는다.


오븐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향이 나고 익어가는 색을 보면서 겉의 색이 노르스름하고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나면 꺼내서 식힌다. 케이크 굽는 원형 틀에서 구웠기에 높이가 있는 옆면의 색과 바닥의 색이 중요하다. 또 내용물이 묵직하기에 틀보다 적게 80% 정도 속을 채워 넣어야 한다. 익어 나온 피자를 보니 식욕이 돋는지 회원들의 손이 빨라진다. 각자 한 판씩 가져갈 수 있고 조당 한 판 정도 여유가 있기에 나눠먹기 좋다. 커피도 사 와서 따뜻할 때 나눠먹기도 하고 집에 가져가는 분들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반응 때문이 아닐까. 먹는 것을 나누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지난 시간에 만든 것이 맛있었다는 평가가 나를 미소 짓게 한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하고 공부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덕담을 나누며 즐거운 마무리를 지었다. 다음에 재등록을 하던지 기회 닿을 때 다시 올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보통은 빵을 만들고 샌드위치를 제조하느라 늦게 끝나는데 오늘은 한 번에 마무리가 되어서 일찍 끝마칠 수 있었다. 서로 기분 좋은 시간이다.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길 바라본다. 서둘러 정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이 더없이 맑고 화창하니 좋다. 문득 가을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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