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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림 Nov 18. 2022

수험생을 응원합니다.


수능일이다. 수강생 분이 아들이 수능을 보는 고3 엄마였다. 의할 점을 묻는 질문에 옆 분들이 한 마디씩 거든다. 언젠지 생각도 안 난다는 분이 있는 반면 얼마 전 입시를 치른 분은 수능일에 주의할 점을, 청담동 사는 분은 동네가 다 조용하더라는 말과 함께 이런저런 얘길 한다. 나도 아이들의 고3 때가 떠올랐다. 근처 학교에 배정받아 시험 보는 이들도 많은데 우리 아이들은 유독 시험장을 멀리 배정받았다. 예비소집일에 미리 학교를 가보고 아침에 혹시나 교통이 어떨지 체크도 해보았다. 도시락은 평소 시험일이 가까워질수록 메뉴를 달리하며 먹던 것 중 하나를 조합해서 소화가 잘 되는 따뜻한 한 끼로 준비했다. 그리고 전날 예비소집의 기억을 되살려서 아침 일찍 막히지 않게 집에서 출발했다.


데려다줄 수 없는 분들은 지하철 가까운 곳에 학교가 위치해 있다면 다행이지만 둘 다 지하철에서 멀고 험했다. 더구나 딸은 학교가 언덕 끝,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학교라 교통이 막히기 쉬운 학교였다. 큰 도로가 왕복 이 차선이라 큰애 때보다 더 서둘러야 했고 데려다주면서 마음을 졸여야 했다. 예상처럼 많은 차량이 몰려서 길이 막혔고 간발의 차로 우리는 별지장이 없었지만 혼란 그 자체였다. 익숙하게 전날 미리 답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침에 당황할 뻔했다. 시험을 보기 전부터 기운을 쏙 빼놓을 뻔했으니까.


대한민국에 태어나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수능은 우리 때는 학력고사였다. 비행기의 이륙시간과 직장인의 출근시간, 증권시장 개장시간까지 조정하는 수능일. 전 국민의 관심과 가족의 모든 염원을 받으며 아이들이 전장에 나가는 병사인 양 지지와 살아 돌아오라는 듯한 간절함을 안고 간다. 첫째는 처음 맞이하는 수능이라 말없이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진중하고 듬직함이 있지만 마음속엔 떨림이 있었는지 시험을 보고 와선 두 번은 못 볼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말처럼 이뤄져서 좋은 결과로 돌아왔지만 많은 부모들의 간절함과 소망이 담긴 하루가 수능일 아니던가. 모든 이들의 절절함과 시험이라는 체계는 문턱을 넘는 듯한 과정일 뿐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 자식이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아직도 수능일이 되면 날씨가 어떤지 체크하게 된다. 유난히 시험 보는 날은 춥고 바람이 불어 한과 불수능이라는 말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날씨도 도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올해는 포근함이 있어서 지독한 추위와 싸우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아들은 고등학생 때 선배들의 수능일 새벽에 응원을 갔었다. 갑자기 닥친 한파에 영하의 날씨가 되어서 장갑과 모자 없이는 가져간 피켓이랑 학교의 응원 문구도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단다. 그래서였는지 남들이 시험 보는 수능일이 되면 전국의 애쓰는 학부모들과 수험생들, 아울러 학교 관계자, 후배들까지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 땅에 태어나 누구나 한 번은 맞이하는 날이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거쳐가는 통과의례라고. 그렇게 자라고 어른이 되어간다고 말이다. 어디선가 마음 졸이며 간절하게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부모에겐 자식과 같이 애쓰는 마음이 있다.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고 싶고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나도 그랬다. 코로나로 3년이란 기간을 보낸 수험생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따뜻하게 안아주며 토닥여 주길 진심으로 바라고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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