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즐기고 직접 새로움을 경험하라.

작가 박천휴의 이야기

by 온정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과연 정말 그럴까? 변함없는 마음에 작은 파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은 단 몇 초 만에 글 한편을 뚝딱 만든다. 이런 세상에서 앞으로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형식의 글과 반복되는 표현을 쓰는 나의 필력은 스스로를 매너리즘에 빠트렸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다시 일어설 동기를 심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택한 건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이었다. 목표한 바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배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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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천휴 작가의 강연을 듣고 왔다. 그는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미국 4대 예술상 중 하나인 토니상을 6관왕 한 인물이다. 나는 그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강연 주제는 ‘어떤 엔딩 : 결말보다 중요한 과정에 대하여’. 주제 속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었다.




과정을 즐기는 것


왜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가. 그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을 수상하기까지 거쳤던 모든 과정을 이야기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화려한 수상 뒤에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이 숨겨져 있었다. 그 후 밀려오는 우울감은 지금까지 과정을 즐기지 못했던 자신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는 간절히 바랐던 목표가 이루어지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스치는 감정일 뿐, 모든 걸 이룬 듯한 모습 이면에는 어딘가 모를 공허함이 남는다. 도돌이표처럼 다시 목표를 만들고 나아가지만 그 감정은 계속 반복된다. 이는 결과만 바라보며 모든 걸 감내해온 행동들로 인한 상실감이 아닐까.


원하는 일을 오랫동안 함께 하기 위해서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정 속에서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것들을 만나도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위한 것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비록 내가 생각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것에 연연하기보단 그동안 해온 모든 노력과 행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과정을 즐기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것과 같다.




직접 새로움을 경험하는 것


새로움이 없다면 언제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게 될 것이다. 주기적으로 전시 같은 문화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새로운 영감을 주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통해 사고의 확장과 안목을 기를 수 있다.


박천휴 작가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화면 속이 아닌 직접 그 장소에 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는 예술 작품도 인터넷으로 쉽게 검색해서 볼 수 있는 시대이다. 궁금한 모든 것을 손에 들린 전자기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화면으로 바라본 세상과 직접 오감으로 느낀 세상은 다르다. 실감 나지 않으면 울림은 부족하다. 그래서 몸소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건 대척점에 있는 것들을 경험해 보는 도전이다. 보통 자신의 취향인 것들에 눈길이 가고 손을 뻗기 마련이다.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 스타일을 찾고, 나와 생각이 맞는 친한 사람들을 주로 만난다. 하지만 이는 고정된 취향과 관점의 틀을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내가 몰랐던 분야를 탐색하고, 나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이는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이다. 직접 체감한 모든 경험이 상상력을 펼치게 만들며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나는 박천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기본적인 자세를 바꾸기로 했다. 정체된 글쓰기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한쪽으로 치우친 나의 취향을 넓히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그 필요성을 더욱 느끼며 다양한 전시와 공연 등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본디 글쓰기는 어려운 것임을 받아들이고, 글 쓰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쓰는 거란 걸 잊지 않기로 했다. 잘하려고 애쓰기보단 그냥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8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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