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페론은 '성녀'인가, '기회주의자'인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뮤지컬 <에비타>가 1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2006년을 시작으로 2011년에 이어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공연은 긴 세월이 흐른 만큼 새로운 해석과 함께 한층 더 성장하고 풍부해졌다.
<에비타>는 아르헨티나 퍼스트레이디였던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담은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이다. 다사다난 했던 그녀의 일생을 호소력 짙게 표현한 이 공연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남겼다.
뮤지컬은 강렬한 ‘에바 페론’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짧은 삶이 막을 내리기까지 벌어졌던 일련의 과정을 그린다.
가난한 시골 마을에 사생아로 태어난 ‘에바’. 넓은 세상을 향해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난 그녀의 고군분투는 몹시 처절했다. 높이, 그보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한 그녀의 야망은 꺼지지 않고 계속 불타올랐다. 뛰어난 수완으로 한 단계씩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총동원한 끝에 그녀는 무명 배우에서 영부인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부통령 후보에 오르기까지, 그녀는 비상했다.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가진 기득권층과 맞서 싸운 ‘에바 페론’. 아르헨티나 대통령이자 남편인 '후안 페론'과 함께 가난한 노동자들을 대변했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 편에 선 그녀의 모습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오로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나갔다. 노동자 임금을 인상하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선보였다. 에바 페론의 주도 하에 여성 참정권을 도입하는데도 성공한다.
이처럼 그녀는 죽음에 이를 때까지 어려운 환경 속에 처한 국민들을 생각했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고 이 자리에 서게 해 준 사람이 국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페론 정책을 반대하는 세력도 거셌다. 기득권층을 배척하고 억압하는 페론 정책은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았다.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 비판했다. 이에 에바 페론은 언론을 통제하고, 에바 페론 재단의 자금을 강제적인 기부 강요로 확보하는 등 반대 세력을 향한 강한 행보를 보였다. 또한 후안 페론은 장기 집권을 위해 에바 페론을 이용하기도 했다. 대중들이 봉사와 헌신을 보여준 에바 페론을 강력히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에바 페론은 약한 자를 보호하고 자비를 베푸는 ‘성녀’인가, 아니면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채우는 ‘기회주의자’일까. 이 공연 끝에서 만난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 질문의 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뮤지컬 <에비타>의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에비타>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 혁명 지도자였던 ‘체’가 극의 해설자이자 관찰자로서 이끄는 무대이다. 대사가 거의 없이 노래로 표현하는 송스루 뮤지컬(Song Through-Musical)이기에 ‘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풀어내는 체와 함께 관객도 또 다른 '체'가 되어 자신만의 관점으로 이를 해석해 보는 것이다.
역사는 누구의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다. 뮤지컬이 펼쳐지는 동안 에바 페론을 응원하고 지지하기도, 때로는 따가운 눈초리로 비판하기도 할 것이다.
그녀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며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마주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뮤지컬 <에비타>의 흥미로움을 모두 함께 경험해 보길 바란다.
※ 본 글은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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