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지려고 운동하지 마세요

운동 잘 시작하는 법

by 곽진


아마도 운동을 평생의 숙제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 진짜 운동해야 하는데] 저주에 한 번 걸리면 빠져나올 구멍이 없다. 나 자신의 나태함에 진절머리가 나면서도, 숨만 쉬는 것도 힘든데 헬스장이 웬 말인가 싶고, 연말마다 앵무새처럼 ‘이젠 진짜 운동한다’와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된다. 실제로도 연초는 헬스장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시기인데, 그때는 거진 줄을 서서 기구를 쓰는 수준이다.


운동이 가장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꾸준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힘줘서 한 번에 뿌자작! 시원하게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나. 벼락치기처럼 몰아서 할 수도 없다. (몰아서 하는 운동은 노동에 가깝다.)


그래서, 본론. 나는 4년 전 헬스장에서 체력이 너무 저질이라 PT는커녕 가벼운 맨몸 운동부터 시작하시라 권고를 받은 전적이 있다. 그 뒤로 운동과 담을 쌓다가, 마침내 운동 습관을 들이게 된 지 3년이 되어간다. 이 글은 운동이라는 숙제를 풀고 싶었던 어떤 종이 인형의 발악을 고스란히 담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보다 신체 능력도 좋고 의지력도 뛰어나 원하는 바를 충실히 해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딘가에 아직 나와 같은 저주에 걸려 고생 중인 사람이 있다면, 이 회고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차가 심한 글이니 참고만 해 주시기를.)


이야기에 앞서 작가 소개
어쩌다 보니 바디프로필도 두 번 찍었다.






1. 건강해지려고 운동하지 마라.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이라, 멋들어지고 대단한 목표를 세우면 세울수록 일이 망한다.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질리고 만다.


초심자에게는 오히려 목표가 독이 될 수도 있다. 재차 강조했듯 운동의 생명은 꾸준함인데, 내가 목표했던 기간 내 체지방률 감소에 실패했다면 다음날 헬스장에 가기 더럽게 싫을 것이다. ‘건강’이 목표라면 더 문제다. 우선 건강이라는 상태를 완벽하게 정의하는 것이 어렵거니와 건강해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단언할 수 없다. (슬프지만... 운동만으로 '건강해진 상태'를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말 소원대로 건강해져도 문제다. 건강 달성 완료, 운동 끝! 건강해지자마자 운동을 그만둘 것도 아니지 않나.


운동은 가벼운 만남이 아니다. 얼굴만 봐도 꿀밤 마려운 막내 동생, 말만 꺼냈다 하면 잔소리 시작인 엄마, 때로는 남보다도 원수 같은 남편처럼 미우나 고우나 일생을 함께 해야 하는 존재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운동과 오래가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을 붙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두지 마라. 운동의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광인이 되도록 노력하라.


과정을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결과 중심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이다. 과정이 목표가 된다는 건 이런 식이다.


[결과 중심적인 목표 (X)]

- 몸무게 3kg를 감량한다.
- 골격근량을 2kg 늘린다.
- 복근을 만들어서 여름에 비키니를 입는다.
[과정 중심적인 목표 (O)]

- 주에 2번 헬스장에 간다.
- 스쿼트 자세에 점차 익숙해진다.
- 나만의 운동 루틴이 생긴다.
- 운동 후의 개운함을 더 자주 느끼는 사람이 된다.


목표가 생기는 순간 ‘실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따라오는데,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단한 성과를 이루기보다 긴 여정에서 지치지 않도록 과정을 즐겁게 만드는 편이 훨씬 좋다. 헬스장을 가는 일이 즐거워지면 몸은 알아서 좋아진다.






2. 올챙이 적 시절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라.


빈 봉도 겨우 들 때


아, 운동 처음 배울 때 사진, 영상 좀 많이 찍어둘걸.


운동을 오래 하고 가장 후회되는 일이다. 나 자신의 변화를 알려면 대조군이 필요한데, 이른바 Before에 대한 기록이 없다면 After를 평가할 수도 없다.


만약 내 몸이 너무 형편없어서 부끄럽게 느껴진다면 지금이 최고의 After를 남길 절호의 기회다. 사진이 부끄럽다면 메모로도 충분하다. 내가 어려웠던 자세, 들 수 있는 중량의 최대 무게, 몇 시간 정도 운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남겨보자. 극적인 변화를 위해 최대한 하찮고 허접한 수치면 더 좋겠다.


올챙이 적 사진을 남겨둬서, 이런 모음집도 만들어볼 수 있었다. 비대칭은 잡히고 근선명도는 소폭 좋아진 모습.






3. 되든 안 되든 3개월은 해본다.


칭찬을 하면 고래도 춤을 춘다. 인간에게 보상은 최고의 동력인데, 운동에서의 보상은 타인의 칭찬도, 강제도 아닌 ‘몸으로 느낀 변화’다. 오직 나만이 느낀 순수한 변화가 성과로 기억되고, 한 번 성과를 맛보았다면 그 뒤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몸이 헬스장을 향할 것이다.


운동 3개월이면 나만 아는 변화가 생기고, 6개월이면 남도 알아보는 변화가 생기고, 1년이면 이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고래가 신명 나게 춤을 추기 위한 첫 보상을 얻기 위해 최소 3개월은 인내심을 가지고 운동을 지속할 것을 추천한다.


내가 3개월의 운동 후 느꼈던 첫 변화는 아래와 같다.


[3개월 운동 후 변화]

- 헬스장 문턱을 넘는 일이 부끄럽지 않게 되었음
- 골격근량이 1.7kg 늘었음
- 운동복이 많아졌음
- PT 선생님과 나누는 대화가 한결 편해졌음
- 나를 알아보는 헬스장 선생님들이 생겼음


우리가 성장했다는 건 단순히 숫자 만으로 정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어색하던 운동 자세에 익숙해지는 것도 일종의 성취이고, 들 수 있는 중량이 증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헬스장에 가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 것 또한 대단한 일이다.


어떤 숫자에 집착하게 되면, 그 숫자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는 모두 ‘실패’ 단계로 정의된다. 목표를 달성하는 아주 찰나를 위해 99%의 시간을 실패 속에 보내야 한다면 운동은 즐거움보다 괴로운 숙제로 인식될 것이다. 심지어 긴 노력 끝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건 악몽과도 같다.






4. 피드백을 줄 사람을 구하라.


애석하게도… 좋은 PT 선생님을 만나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좋은 선생님이라면 회원을 괴롭히기보다 운동에 흥미를 붙이도록 도와줄 것이고, (식단으로 구박하고 못 한다고 혼내는 선생님은 다 옛말이다.) 올바른 자세와 루틴으로 3개월 안에 몸의 변화를 빠르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 성과를 추진력으로 나아가면 된다.


하지만 모두가 PT를 받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안다. PT가 어렵다면 종종 함께 헬스장을 가줄 친구, 운동 좀 배웠다는 지인, 친해진 헬스장 선생님이라도 있어야 한다.


비전문가에게 운동을 배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안다.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던 이유는 배움보다도 내 노력과 성장을 근처에서 확인해 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SNS를 활용하거나, 운동을 전혀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밤 헬스장 인증 폭탄이라도 보내야 한다.


내가 운동하는 멋쟁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동네방네 알리도록.


노력을 관두게 만드는 가장 큰 병목은 허무함과 외로움이다.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내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아갈 수 있다.






5. 변화를 누리고, 킵 고잉


3개월의 인고 속에서 작지만 빛나는 변화를 얻었다면, 이젠 성취감을 온몸으로 누리며 운동을 지속할 때다. 입문의 단계를 넘은 사람에게는 또 다른 모양의 파도가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위한 노하우는 다음에 이어서 설명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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