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또 2인치가량 눈이 내렸다.
사람들은 눈에 치를 떤다.
하지만 인간이 치를 떤다 한들,
자연이 우리를 위해 멈춰줄까.
나는 어려서부터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있었다.
자연을 이기는 자는 없다는 것을.
나무들이 우거진 산에 둘러싸여 있던 내 어린 시절,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갔다.
봄이 되면 소나무 꽃가루가 바람에 날려와
마루를 노랗게 덮었고
여름이면 긴 장마를 지나 더욱 짙어진 푸른 잎 아래,
열매를 맺어가던 감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혔다.
가을이 되면 소나무 잎을 갈퀴로 모아
포대 자루에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와
아궁이에 불을 지펴
목욕물을 데우고 방을 따뜻하게 했다.
죽은 나무들의 잔가지들은 불쏘시개로 쓰고,
굵은 나무는 도끼로 패 장작으로 만들어
겨울을 났다.
돌이켜보면 살아 있는 나무를 일부러 베어 쓴 적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지만,
우리는 자연이 스스로 내어준 것들로 살아왔다.
오늘 읽은 고작가의 『고전이 답했다』에서
“인간의 불행은 땅속에 있는 것을 파내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는 문장을 읽었다.
그 문장이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갔다.
우리 부모님은 어리석어서 땅을 파
일확천금을 원하지 않고
그저 자연이 내어준 것만으로 살아가셨던 걸까.
그렇지 않았다.
부모님은 자연 속에서 일하시며
이미 알고 계셨다.
자연이 무엇을 내어주고,
또 무엇을 거두어 가는지.
하늘의 구름이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지 보고
소나기가 올 것을 아셨다.
자연과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자연과 함께 살며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꾸준히 살아내는 법이다.
나는 오늘도 눈 위를 걸으며
자연처럼 조용히 나의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