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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w김정숙 Sep 02. 2024

친구 자랑

 친구로 인해 부유하게 된 영혼

 

'편지 왔어요!'

바통을 받듯 튕겨져 나가며 우체부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챘다.

봉투를 능숙하게 열었다.

친구가 나를 부르는 소리는 언제나 다정했다. 

"숙아"



그런데

평소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발갛게 말했다. 

글씨가 춤을 추었다.

내 기분은 정반대가 되었다.

이등으로 밀려난 듯 외로움을 느꼈다.

사춘기의 설렘이 전해졌다.

친구의 행복이 느껴졌다.

행복하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답장을 기다리는 날들이 길어졌다.  


   

어느 날엔 눈물을 보냈다. 

얼굴에 백반증이 생겼다고 했다.

절망과 슬픔이 얼룩져 있었다.

예전 같지 않게 답장을 써 내려가기가 힘들고 아팠다.

나는 친구의 치유를 위해 간절히 간곡히 눈물로 기도했다.

사춘기 소녀의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 같은 불치의 병이 생겼다는 소식은 너무나 슬펐다. 절망하고 원망을 했다.

한동안 먼발치서 친구의 소식을 기다리며 우울과 친구를 했던 것 같다.    


      

친구는 대학에 갔다. 남자친구와 같은 대학에. 

날마다 깨 볶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답장을 기다리지 않았다.

친구와 나는 의연하게 살아갔다.          

언제부터인가 남자친구 이야기가 뜸해졌다.

궁금했으나 차마 묻지 못했다. 

친구는 홀로서기를 하느라 외로움을 견디느라 상실을 삭히느라 그랬을까?

더 이상 얼굴에 새겨진 흉터 이야기는 사라졌다.

편지가 느리게 오더니만 

우리의 펜팔은 멈추었다.  

나는 전화보다 "숙아"라고 씌여진 편지지가 좋은데.


        

친구는 국어 선생님이 되었다.

뒷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목소리도 저음의 목소리를 가졌다. 

설득력과 호소력이 짙은 선생님이 되었다.

눈웃음이 따뜻했다. 

질투가 날 정도로 멋진 나의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었다. 


         

친구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삶을 살아갔다.

교회에서는 장로 직분을 받았다. 

친구는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했다.

친구는 엄마를 부양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언제나 앞서가며 도전하고 삶으로 살아내는 믿음의 동반자여서 고맙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아냈다.

친구가 나보다 조금 더 가진 친구라서 좋다.

나는 언제나 친구보다 조금 더디게 뒤따라 걷는 것이 좋다.

다행이다. 풍요다. 가난한 내 인생에 부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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