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Framing Issue
모든 사건은 시간과 장소에 의해 특정된다. 그리고 그 사건의 해석은 어떤 ‘타임 프레임’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가령 어떤 사람이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건을 단순히 ‘불행한 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짧은 타임 프레임’에 의한 ‘판단의 오류’에 불과하다.
만약 직장에서 해고된 덕분에 생각지도 못하게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하게 되었고 비로소 ‘천직’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면 어떨까. 그렇게 천직을 찾은 몇 년 후에는 자신을 해고한 회사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단지 좀더 ‘긴 시간’을 두고 보았을 뿐인데 비극같던 일이 오히려 축복으로 180도 변했다. 같은 원리는 인생의 모든 사건들에 적용된다.
‘충분히 긴 타임 프레임’을 가지고 바라보면 이 세상에 그 자체로 비극이거나 희극인 사건은 없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타임 프레임은 대부분 길어야 일년, 보통은 한두 달 내외에 그친다. 아마도 ‘긴 타임 프레임’으로 볼 때 가장 비극적인 일은 ‘짧은 타임 프레임’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일지 모른다.
예를 들어, 하루나 이틀짜리 타임 프레임을 가진 여자는 ‘원나잇 스탠드’를 거리낌없이 하고 아마도 기회가 된다면 마약에도 손을 댈 것이다. 몇 년의 타임 프레임을 가진 여자는 돈이나 쾌락을 위해 몸을 팔 수 있다. 젊어서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십년의 타임 프레임을 가진 여자는 결혼을 결심하지 않은 남자와는 섹스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원’의 타임 프레임을 가진 여자는 연애와 결혼과 영혼의 구원을 연결시킨다. 여자를 예로 들었지만 남자의 경우에도 다를 건 없다. 오늘날 데이트 폭력, 이별살인, 스토킹, 사기결혼 등이 횡행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짧은 타임 프레임을 가지고 연애에 임하기 때문이다.
‘죽으면 끝이고 언제 죽을 지 모른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짧은 타임 프레임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들만 중요하게 다가온다. 당장의 ‘느낌’이 거의 전부가 된다. 당장 즐거우면 행복하고 당장 괴로우면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다. 보이지 않고 멀리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우선순위에서 한없이 밀린다. 남들에게 들키지 않은 일은 죄가 안 된다고 생각해서 남의 눈에 보여지는 모습을 관리하는 능력만 발전하기도 한다.
짧은 타임 프레임을 가지고 살아가면 그때 그때의 이득에 밝아서 알찬 삶을 살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짧은 타임 프레임을 가진 사람에게는 실연, 실직, 가난, 질병, 시험에 떨어지는 일, 외로움 등 온갖 일들이 존재론적 공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동시에 길게 보면 해가 되는 일들은 또 좋다고 하고 다니게 된다. 그러면서 친구들에게는 ‘길게 보자’며 위로를 하곤 한다.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긴 시간 단위는 ‘영원’이다. 따라서 가장 긴 타임 프레임은 ‘영원의 타임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타임 프레임을 지닌 사람들은 매사를 ‘가장 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근시안적인 사람과는 모든 사건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게 된다. 사건의 해석이 달라지면 대응이 달라지고, 대응이 달라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영원의 타임 프레임을 지니려면 우선 ‘영원’이란 것을 믿어야 하므로 육신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믿게 된다. 이런 믿음은 그 사실여부를 다투기 이전에 이미 그 믿음이 제공하는 ‘영원의 타임 프레임’ 만으로도 큰 의미와 효용이 있다. 영원의 타임 프레임을 가지면 세상 모두가 두려워하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고, 세상이 다 빠지는 유혹에도 이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짧은 타임 프레임을 길게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근본적으로 ‘영원’을 믿지 않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짧은 타임 프레임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길게 보자고 혼자말을 중얼거려도 극복할 수 없다. 하고자 하는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고자 하는 일은 계속해서 하고야 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뿐이다.
어차피 날때부터 영원의 타임 프레임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이 문제(타임 프레임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은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논하는 철학이라는 것을 거치고, 위대한 철학자들이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종교라는 것을 거쳐서, 결국 ‘영원’이라는 개념을 만나게 된다. 그제서야 왜 인류는 그 유구한 세월동안 영원을 노래하고, 논하고, 추구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고, 잘하면 영원을 믿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길어진 타임 프레임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