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기억 속의 그대”

— 가족들의 애타는 맘 모르고

by 굥스

이번에는 진상 고객 이야기가 아닌, 
흐린 기억 속을 헤매고 있는 치매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사실 ‘치매’라는 단어는 늘 들어왔지만
내가 직접 겪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치매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처럼 느껴졌었다.


지하철역에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오고 간다.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심지어 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는 분들이 있다.


정말 0.1초,

찰나의 순간.
갑자기 초인적인 힘이라도 생긴 듯
옆에 있던 가족과 떨어져 혼자 열차에 올라타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종착역까지 와서
우리와 마주치면 다행이다.

중간에 연고도 없는 낯선 곳에 내리시면, 그때부터는 술래가 사라져 저린 힘겨운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다행히도 우리와 만나게 된 치매 어르신들은
대부분 같은 말을 하셨다.


“우리 자식 좀 찾아줘.”
혹은
“나, 자식 보러 가야 해.”


많은 기억이 안개처럼 흐릿해졌어도
자식에 대한 기억만은 강렬하게 박혀 또렷했다.


그래서일까.
‘내리사랑’이라는 말은 치매조차 이길 만큼 강한 것 같아, 그 모습이 더 마음을 울린다.


나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
그만큼 부모님도 나이를 드신다.


앞으로 부모님이 얼마나 더 건강하게 내 곁에 계실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이제 치매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애타게 찾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세심하게 사람들을 살피게 된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조금 더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묘한 사명감도 생긴다.


그래서인지
사내 상황전파 시스템에 올라오는
실종자 인상착의가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각인된다.


“검은색 모자, 검은색 상의, 지팡이 두 개…”


오늘 잠시 흐린 기억 속을 걷고 계셔도
괜찮습니다.


그대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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