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좋은 댄서

by 이유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고 믿는다.

좋은 사람이 역시 좋은 춤을 춘다고 믿는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할 이유가 하나 늘었다. 좋은 댄서가 되기 위해서.


여행사에서 일할 때, 신기했던 것이 있다.

내가 다닌 회사에서는 여러 언어의 관광가이드님들이 있었는데, 영어든, 일어든, 중국어든, 모두 그들이 한국말을 하듯이 외국어를 한다.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 한다.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배려하며 한국말을 하면 외국어도 반드시 그렇게 했다. 딱 한국말을 하듯이 외국말을 했다.

춤이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춤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친구와 춤을 추다가, 해보고 싶었던 걸 용기 내서 해봤다. 강습 시간에 같이 배운 패턴 중의 하나를 내 차례에서 하지 않는 거였다. 요즘 기운이 없다는 친구가 나의 '하지 않음'에 빵 터졌다. 우리는 늘 배운 것을 착실히 순서대로 실행하기 바빴다. '하지 않음'이 우리의 새로운 춤이 되었다. 친구가 웃으니 덩달아 신이 났다. 나도 웃다가 서로 스텝이 꼬였다. 하지만 꼬여도 좋았다. 우리는 많이 웃었다.

한 곡 쉬고 있는데, 소리가 시선을 불렀다. 저기서 댄서 두 분이 춤을 추고 있었다.

구두가 댄스홀에 타다닥 촥촥 경쾌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머리가 헝클어지던 말던, 뒷목으로 땀이 흐르던 말던 파도처럼 음악을 타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고, 머리를 흔들고, 두 팔을 위아래로 박수! 어어어, 넘어지는 건가, 하는 찰라, 그 댄서는 바닥을 주먹으로 두드렸다. 쿵쿵. 아, 저런 게 춤이구나. 쿵쿵, 스윙이 내 마음도 두드렸다. 이렇게 멋진 스윙댄스라니! 내가 배우고 있는 이 춤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춤이라니.

흐르는 음악을 듣고서 파트너와 소통하면 그 자유는 춤이 된다. 이 바닥을 밟든, 주먹으로 두드리든,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든, 공중으로 콩콩 뛰어 오르든 나만의 춤이 될 수 있다.


그 분과 눈이 마주쳤다. 다가가서 춤을 신청했다. 춤 경력이 거의 십년가까이 되는 그였지만, 경력 차이는 춤에 지장이 되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동작을 거리낌 없이 시도하는 그 댄서와 춤을 추니, 바로 지금 해방된 노예가 된 기분이 되었다. 서로 멋진 동작을 하면 소리 내어 감탄하고 동작이 맞을 때 신이 나서 환호했다. 해방, 해방되었다.


파트너와 춤을 춘다. 그것은 눈을 바라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눈동자를 바라볼 수 없다면 우리의 춤은 시작 할 수 없을 것이다. 파트너가 웃는다. 그것으로 기쁘다. 감사한 마음으로 춤을 춘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있어서 춤을 출 수 있음에 예의를 갖추고 마음껏 즐거워한다.

음악이 끝나고 춤도 끝난다. 서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만들어낸 것에 대해 마음을 담아서 인사한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웠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픈 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