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다
초저녁, 민희는 집 근처 강가에서 런닝하고 있었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런닝하는 루틴이 있었다. 민희가 좋아하는 연보라색 헤드셋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다 보면 우울하던 것도 사라지고 홀가분해지기 때문이었다.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여성의 소리가 들렸다.
“저기요!”
민희는 당연히 날 부르는 게 아니겠거니, 하고 열심히 뛰었다.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저기요오!!“
민희는 뒤를 돌아보았다.
포니테일의 밝은 갈색 머리에 건강미 넘치는 몸매에 큰 키가 눈에 들어왔다. 주황색 야구 유니폼에 바이커 숏츠 바지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 구릿빛 피부, 올라간 눈꼬리에 진한 눈화장, 누드립. 이 사람-
‘쿨걸이다...’
민희는 자신 앞에 선 여자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민희는 물었다.
“저요..?”
포니테일의 여성이 말했다.
“네! 헉, 헉... 정말 걸음이 빠르시네요! 놓칠 뻔했어요~!” 여성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이거! 두고 가셨, 어요, 헉, 헉...”
그것은 민희의 휴대폰이었다. 민희는 런닝할 때마다 뒷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는 했다. 그게 떨어진 모양이었다. 민희는 굽신거리며 말했다.
“아이고, 노래가 안 끊겨서 몰랐어요. 큰일날 뻔했네. 너무 감사해요~!”
포니테일이 물었다.
“여기 근처 사세요?”
“네, 왜요?”
“아~ 런닝하시는 거 맨날 보였어서요! 선생님은 저 모르셨나 보네요~ 하하.”
“아하하..”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의 등장에 민희는 뒤통수를 긁적였다. 포니테일이 물었다.
“혹시 여기 근처에 명신여고 패션쇼 보러 왔었는데 메이크업 담당하셨던 분이세요?”
민희는 놀라 되물었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포니테일이 답했다. “메이크업 고치느라 바쁘게 돌아다니던 모습 기억나요! 저 그때 스텝실에 들어갔었는데! 기억 안 나시나 보다~.”
민희는 재작년 18살 때 명신여고 패션부에서 메이크업을 했던 게 떠올랐다. 당시 민희는 핑크색 브릿지 가발 핀을 꽂고 있었다.
포니테일이 말했다. ”전 그때 아는 애가 패션 동아리였어서 놀러갔었가든요. 다들 메이크업이 너무 좋아서 충격 먹었었는데! 스텝실 들어가니까 그쪽이 계신 거예요.“
민희는 18살 때 명신여고 패션쇼를 기억해냈다. 인스타 좋아요를 꽤 쏠쏠히 모았던 이벤트였어서 기억 난다. 그때 몇 장면이 인스타 릴스 알고리즘 타면서 팔로워도 많이 늘어났었다.
확실히 민희는 그날 너무 바빴어서 이린이 스텝실에 들어온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야아, 정말 걸음 빠르셔서 저도 좀 본받고 싶습니다! 하하. 아, 제 이름은 이린입니다~! 외자예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저, 저는 윤민희라고 해요.“
”그러시구나~ 아니, 솔작히 이름 궁금했거든요. 핑크 머리에 아, 화장도 잘하셔서~! 머리색 이쁘십니다!”
”고맙습니다아..“
”언제는 분장 같은 거 하시고 뛰는 것도 봤어요! 하하, 기억에 남네요.“
“아, 그거! 그땐가? 어인 분장한거요?“
”어인? 물고기 인간이요? 그, 인어 아니고?“
”네, 그때가 맞네요. 후우, 후. 그땐 집에서 연습하고 나왔는데 그... 지우기 귀찮았어서, 하하하.”
그때란 2주 전이었다. 특이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억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의 화장을 누군가 뇌리에 남았다는 것 자체가 퍽 기뻤다.
민희는 물었다.
“아,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이린이 깜박했던 걸 떠올린 표정으로 답했다.
“아! 저요? 저 스물 다섯입니다~ㅎ”
민희는 놀라며 말했다. “우왓! 저랑 동갑이신 줄 알았어요!!”
이린이 말했다. “에이~ 아닙니다 ㅎㅎ 몇 살이시길래~”
민희는 답했다. “저 스무살이요..”
이린이 말했다. “아, 그래요?! 화장 때문에 저랑 또래신 줄! 친하게 지내요~! 화장 잘하셔서 인스타 궁금했거든요! 인스타 하세요?“
민희는 화악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아, 저 인스타 해요! 잠시만요..“
민희는 이린에게 자신의 인스타 화면을 보였다. 이린은 그걸 보자마자 감탄하며 말했다. ”우와~! 대박..! 저 팔로우 할게요! 이야.. 이런 능력자 분을...“
민희는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ㅎㅎ”
이린이 자신의 인스타를 내밀었다. “자, 여기요!”
민희는 이린의 인스타를 팔로우했다. 이린이 말했다. “아니 전 그거거든요. 패션학과고 취미는 댄스예요.“
민희는 놀라며 말했다. “우외 그럼 디자이너세요?”
이린이 말했다. “그렇다고 해야하나? 저 졸업작품 약간 잘되긴 했거든요. 안 유명하지만 연예인이 입고 좋아해주고.”
민희의 리액션이 커졌다.
“오오!“
이린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ㅋㅋㅋㅋㅋㅋ귀여우셔!” 그 말에 민희는 바로 입을 합 다물었다.
이린은 말을 이었다. ”저희 애들끼리 패션쇼 작게 열을 일 있는데 걔네한테 선생님 인스타 좀 보여드려도 되죠?“
민희는 대답했다. ”그럼요..!“
이린이 하이톤으로 물었다. “근데 언제 언제 나와요?!”
민희는 말했다. ”음, 그게,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일주일에 한 두 번 정도-.“
이린이 말했다. ”전 다이어트 중인데 선생님~ 좀 더 자주 나오셔서 도와주세요!“
민희는 말했다. ”아하하, 네, 시간 되는대로..“
민희는 속으로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워서 울 것 같은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
런닝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 민희는 이린의 카톡을 웃으며 받아주고 있었다. 이린은 명문대 유화대를 갓 졸업한 패션 디자이너였다. 민희가 못 믿는 눈빛을 하자 이린이 모바일 학생증까지 보여줬었다. 그때 세연에게 카톡이 왔다. 민희는 후딱 세연과의 카톡 창에 들어갔다.
뭐하냐는 민희의 카톡에 3시간만에 온 세연의 답장이 보였다.
‘나 알바 중이지’
민희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무슨 알바?’
1이 바로 사라졌다. 민희는 중얼거렸다. ”오우씨, 실시간이야, 실시간.“
세연이 답장했다. ‘나 주방 알바해. 이제 저녁이라 더 바빠질거야‘
민희는 카톡을 보냈다. ‘내일 보는 거 맞지?’
세연이 바로 답장했다. ‘당연하지. 라이브 클럽 ‘에코‘에서, 밴드 이름은 ‘아울’’
민희의 살짝 붉어진 볼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얼굴에 휴대폰 빛이 밑에서 위로 비치고 주변은 어두웠다, 그때 민희의 동생 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우, 깜짝이야.”
민희는 덩달아 놀라 민아를 보았다. 민희는 민아를 반가워하며 말했다.
”어! 너 여기에 다 있네? 학원 끝나자마자 온 거야?!“
”그래. 어우우, 언니 귀신인 줄... 뭘 보고 그렇게 웃는 거야.”
민희는 웃으며 물었다. “보여줘~?”
민아는 언니의 웃음에 움찔 거리며 답했다. “아니?”
민희는 민아에게 앵겨왔다. “아, 봐줘~ 언니 지금 혼자 열애 중이야~~!”
민아는 질색하며 말헸다. “아유~ 왜 이래, 진짜!”
한편 검은 앞치마를 입은 세연은 민희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연이 있는 곳은 서울 연남동 어느 일식당의 주방이었다. TV 방송에 나오기도 하고 입소문도 좋게 나서 사람들이 줄 서서 먹는 식당이었다.
세연은 민희가 읽었는데 답장이 없자 입술을 깨물었다. 걸걸한 남성의 목소리가 세연을 불렀다.
“야~! 뭐해?! 김세연!“
세연은 얼른 휴대폰을 집어넣은 다음 비어있는 넓적한 프라이팬을 집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두부를 오른손으로 끄집어내 팬에 던졌다.
세연을 불렀던 남자 동료 윤호가 가까이 다가왔다.
”뭐야 김세연~ 남친 생겼냐?“
세연은 대답했다. “친구예요~”
윤호는 쓰읍, 소리 내더니 말했다. “그러면서 남친이 되는 거다~”
세연은 프라이팬을 보며 피식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ㅎㅎㅎㅎㅎ..”
그 웃음을 본 윤호는 뭔가를 직감하고는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민희는 민아와 함께 고기를 굽고 있었다. 민희가 말했다. “야.. 걔 레즈일까?“
유나는 질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또 고민 상담해달라고 고기 사주는 거야? 돈 많다?“
민희는 말했다. ”아, 그래서 걔 레즈 같냐고~!”
민아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폰 줘봐.”
민희는 고기를 굽던 집게를 내려놓고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세연의 인스타였다.
민희의 폰을 받은 민아는 유심히 관찰하였다. 민아는 남자를 좋아하는 헤테로지만 유난히 레즈비언을 잘 구분하는 감각이 있었다. 민아가 말했다.
“레즈임 백퍼”
“예쓰!!!!!... 근데 왜? 너 설마 얘 머리 짧다고 막 내뱉은 건 아니지?”
“아, 내가 이 짓을 원 투 데이 해?”
“그럼... 디나이얼인 거야? 막 지가 레즈인데 본인은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는 그런 거??“
“그것까지 어떻게 알아~! 몰라아! 나 이제 먹어도 되지??”
민아는 허겁지겁 돼지고기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희의 머릿속은 온통 세연 뿐이었다.
밴드 ‘아울’의 공연 날.
라이브 클럽 앞에 선 민희는 오늘따라 화장을 더 섬세하게 했다.
핑크 아이라이너로 아이홀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다크서클 위엔 핫핑크 섀도를 덧입혔다.
흰색 코르셋이 포인트인 미니 원피스에 닥터마틴 부츠, 목에는 레이스 초커까지—그녀가 거울 앞에서 오래 고민한 끝에 완성한 스타일이었다.
“안녕-.”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민희는 휴대폰을 보던 고개를 들었다.
세연이 라이더 자켓에 찢어진 흑청 바지를 입고 서 있었다. 민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안녕...”
세연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긴장한 거야?“
민희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라 대꾸할 말이 쉽게 떠오르진 않았다. 세연이 말을 이었다.
“밴드 공연은 자주 보러 다녀?”
민희는 몇 초간 생각에 잠겼더.
민희는 k pop도 좋아하고 팝송도 듣고 로큰롤 음악도 곧잘 들었다. 마음에만 들면 러시아 음악도 듣고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어떤 때는 포근한 음악을, 어떤 때는 매우 거칠고 어두운 음악을 듣는 극과 극 취향이다. 한 마디로 그때 그때 기분 따라서 다양한 장르를 듣는 타입. 민희는 빠르게 세연과의 공통분모를 찾으려 했다.
“나 인디밴드 노래 잘 들어! 잔나비랑 이바다 좋아해!”
“오? 유명한 사람들 좋아하네-.“
”그렇지..? 음...“
민희는 자신의 대답이 너무 대중적이었나 신경쓰였다. 그는 무언가 더 멋진 대답을 떠올리려 했지만 마땅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 생각했던 것보다 힙한 취향 아닐지도.’
민희는 반성 아닌 반성을 하는데 세연이 물었다.
“밴드 ‘아울’ 들어봤어? 솔직히 안 들어봤지?”
“으응.”
“그 언니들이 브릿팝 해. 영국 감성인데, 거기 보컬이 미국 유학파야. 나랑 좀 친해.“
둘은 지하로 내려갔다. 단촐한 매표대에 서자 세연이 말했다. “내가 표 살게.”
민희는 손사레 치며 말했다. “아냐, 괜찮아, 내가 낼게.”
민희도 돈을 내려는데 세연이 카드를 내는 게 더 빨랐다.
‘아울’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울의 보컬은 시스루뱅에 웨이브 머리를 한 흑발이었다. 솔직히 노래는 잔잔해서 민희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는 푸르른 조명 아래 공연에 집중하는 세연을 보았다. 민희는 생각했다. 김세연... 제발 레즈. 제발 레즈비언이어라. 소문이 제발 맞기를-.
소문이 맞으면? 그렇다고 나를 무조건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잖아. 이렇게 키 크고 괜찮게 생긴 애가 나를?
오늘 나름 힙하게 보이려고 한 건데 오히려 이상해보이기만 했으면 어떡하지? 세연의 얼굴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 민희는 다시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민희는 다 같이 음악을 듣는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자 민희는 세연에게 물었다. “이제 뭐할까? 집 가야해?”
세연이 말했다. “아, 나 보컬 언니랑 같이 뒷풀이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갈래?“
민희가 말했다. “엇, 밴드 사람들끼리 뒷풀이?”
세연이 대답했다. “응, 갈 거야?”
민희는 고민했다. 나 같이 낯가리는 사람이 따라가도 되는 걸까? 그걸 유심히 보던 세연이 말했다.
“아니면 같이 어디 다른 데 술 마시러 가도 되고-.”
민희는 말했다. “아냐! 같이 가~! 나 때문에 네가 못 가는 거 좀 그래.“
세연은 말했다. ”꼭 같이 안 가도 되는데. 알았어. 나 보컬 언니랑 얘기 좀 하고 올게?”
세연은 아울 보컬 현지에게로 향했다. 둘이 뭐라뭐라 얘기하는 것 같은데 민희에게 전혀 들리지 않았다. 민희는 멀뚱멀뚱 서 있다가 폰이라도 꺼냈다. 이린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ㅋㅋㅋ나 오늘도 풀타임 작업! 민희씨도 나들이 화이팅~ 공연 잘 보고 와요!’ 친구가 몇 없는 민희는 이린이라는 새로운 지인이 생긴 게 반가웠다. 그는 뿌듯하게 웃으며 답장을 썼다.
‘네 ㅎㅎ 공연 끝나서 이제 곧 뒷풀이 가요!‘
얼마 안 지나서 이린이 카톡 답장을 보내왔다.
’내일 또 봐요~! 운동 화이팅하자구요! 건강이 최고!‘
민희는 답장을 미리보기로 확인하고는 웃으며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 넣었다.
세연이 민희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제 곧 간대. 삼겹살 먹는다는데 괜찮지?”
민희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난 좋아!”
삼겹살집에 열댓명이 모여 앉았다. 민희는 의도치 않게 현지 앞에 앉게 되었다. 세연이 앉으라는 대로 따른 것 뿐이었다. 세연은 민희 옆에 앉았다. 현지가 말했다.
“말씀 들었습니다. 우리 세연이한테 플러팅 했다면서요?” 민희의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세연이 말했다.
“아, 언니 ㅋㅋ 민희야, 이 언니 장난 친 거야, 장난.“
민희는 조금 안도했다.
”아아..“
세연이 현지에게 말했다.
“언니! 오늘 조금 마셔요~!”
현지가 가득 채운 소주 잔을 원샷하고는 말했다.
“응!”
세연이 민희에게 말했다. “있다가 담배 좀 피고 오려는데 괜찮지?”
민희는 대답했다. “으응 ㅎㅎ”
현지가 물었다.
“오오, 뭐야, 이 분도 혹시 그쪽 분이셔?”
유리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
현지가 말했다.
“음, 그 뭐냐, 이 분도 세연이 너네 동네에 사시느냔 말이지! 하하.“
민희는 답했다.
”전 이정동에 살아요. 얘랑 1시간 거리예요.“
현지가 말했다. “아하~ 어어, 잘 사신다. 이정동에 사시는 거면.”
민희는 대답했다. “아하하, 아니예요”
드러머 재이가 말했댜.
“진짜 금수저는 세연이지.”
세연은 손사레치며 고개를 저었다.
드러머 재이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근데 민희 씨 스무 살이라고 하셨죠? 전공이 뭐예요?”
민희는 대답했다. “저 미용학과예요. 메이크업 위주로 취업 준비 하고 있어요.”
베이시스트 유리가 말했다. “아, 어쩐지. 화장 잘하신다 했어요 ㅎㅎ”
민희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ㅎㅎ”
현지 옆에 있던 베이시스트 유리가 세연에게 물었다.
“근데 둘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세연이 답했다. ”얘가 먼저 말 걸어줬어요.“
유리가 물었다. ”어디서? 수업에서?“
“아뇨 그냥 캠퍼스에서요.“
유리가 말끝을 흐리며 맞장구 쳤다. ”아, 그냥 캠퍼스에서..“
세연이 민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연극 숏폼 나와요. 얘가 저 연극 주인공 이미지에 어울린다고 해줘서 오디션 보게 됐는데 합격했거든요.“
아울 멤버들이 일제히 오~, 하고 감탄했다.
베이시스트 유리가 말했다. ”길거리 캐스팅이네?“
세연이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그런 편이죠..?“
세연은 말을 이었다. “금요일에 숏폼 찍어요.”
유리가 물었다. “아, 다음 주?”
“네.“
드러머 재이가 말했다. “그렇구나~”
“아직 본 공연으로 나올지 말지는 확정 아니래요.”
한 시간이 지났다. 민희는 세연이 밴드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었다. 누군가가 현지에게 말했다. ”이 언니 오늘 많이 마시네~. 그만 마셔!“
현지가 술 때문에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세연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너 레즈인 거 이 분 모르셔?“
아-.
세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걸 본 민희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아, 몰랐는데 신기하네요.” 민희는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저도 그쪽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