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와 졸부 2화

2화 전시회

by 예나

“난 오늘 저녁에라도 되는데.”

서윤의 그 말에 예주의 눈이 동그래졌다. 서윤은 예주를 빤히 바라봤다. 예주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오늘 저녁 같이 먹어요.”


오후 6시가 되자마자 둘은 약속한 듯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서윤이 옆을 보니 영식이었다. 눈이 마주쳐 버렸다.

영식이 말했다.

“오? 둘이 어디 가?”

서윤은 억지 웃음을 지었다.

“아, 과장님. 저희 여자끼리 얘기 좀 할 게 있어서요!”

“그래?”

엘리베이터가 왔다. 예주는 지하 1층 버튼을 눌렀다. 영식은 1층 버튼을 눌렀다.

“둘이 같이 식사라도 가?”

영식이 묻자 예주가 말했다.

“네, 과장님. 다음에 같이 드셔요.”

“그래, 알았어.”

영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1층에 내렸다. 서윤은 얼른 닫힘 버튼을 연신 눌렀다.

서윤과 예주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서윤은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예주는 서윤의 그 모습에 그저 조용히 빙긋 웃을 뿐이었다.

둘은 지하주차장에 내렸다. 예주는 언제나처럼 빨간색 벤틀리 앞에 섰다. 그는 차 키를 눌러 문을 열었다.

“주임님, 타시죠.”

“응.”

서윤은 차의 옆자리로 가 앉았다.

‘이게 벤틀리의 승차감이구나.’ 서윤은 차의 시동이 켜지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6시 40분, 차는 하이팰리스 주차장 입구에 섰다. 서윤은 주차장 앞에 선 검은 유니폼을입은 젊은 경비원들을 보자 괜히 긴장되었다.

6층 주차장에서 내려 유리문을 지나 4개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서윤이 물었다.

“벤틀리도 타고 좋겠다.”

“아휴, 아니에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서윤이 다시 입을 뗐다.

“아버지께서 사 주신 거예요.”

“우와, 벤틀리를…”

서윤은 예주의 아버지는 무슨 차를 타는 지까지 궁금해졌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다.

“우리 좀 늦은 건 아니겠지?”

“괜찮아요. 어차피 우리가 고객인데요, 뭐. 느긋하게 가도 되죠.”

그 여유로움에 서윤은 고개를 숙였다.

7층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서윤은 예주의 가방에 시선이 갔다.

구찌 가방. 그에 비해 서윤의 가방은 보세였다. 서윤은 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레스토랑은 조용했다. 아주 조용해서, 수저가 그릇에 닿는 소리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저쪽 창가 자리가 괜찮겠네요.”

자리에 앉은 예주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와인을 골랐다.

“이거 마셔도 되겠어? 이 레스토랑 비싼 것 같던데..”

“전 여기 회원이라 괜찮아요. 그리고 초대한 사람이 저잖아요. 제가 계산할테니까 마음껏 드세요.”

서윤은 어쩐지 말문이 막혔다.

예주는 와인잔을 기울였다. 피처럼 짙은 레드 와인이 잔에 고였다. 서윤은 손을 뻗어 잔을 받았다. 잔을 잡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언니, 긴장해요?”

“응? 아니, 그냥 이런 분위기 오랜만이어서…”

예주는 살짝 웃었다.

서윤은 그 웃음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항상 예주에게서 느껴졌던 이질적인 분위기가 지금 이 구역에 들어서면서 극대화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인간 앞에서 숨죽이고 있던 맹수가 제 구역으로 들어와 숨통을 튼 느낌.

예주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와인잔을 돌렸다. 붉은 와인이 회오리처럼 소용돌이쳤다.

서윤은 묻고 싶었다. ‘이런 데서 살면서 이런 거 먹는 건 무슨 기분이야?’ ‘너네 집 가도 돼?’ 그런 무례한 질문들을 꾹꾹 삼키며 음식을 기다리던 그때, 예주가 말했다.

“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여기 살았어요.”

“그래?”

“네. 20년 전에 어머니께서 여기 아파트 한 채를 사자고 아버지께 강력하게 말씀하셨죠. 당시 가격이 3억이었고 지금은 40억으로 올랐어요. 어머니께서는 평생 할 내조 다 하신 거나 다름없어요.”

“저, 정말이네…”

“이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선 그 집 전세를 줬었죠. 그러다가 최근에 상속분쟁이 생기면서 마음 어지러워져서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온 거예요. 우리 집으로.”

“아아…”

서윤은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수저를 괜히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셨구나.. 속상했겠네.”

예주는 한 쪽 눈을 꿈틀거렸다.

서윤이 말을 이었다.

“예주 씨가 오늘 저녁 초대한 거 난 의외였어.”

“그래요?”

“회사에선 우리 그렇게 말 많이 안 했잖아. 그런데 이런 데도 데려와주고, 너무 고맙네.”

서윤은 와인을 홀짝였다.

“주임님, 회사에선 저한테 거의 말을 안 거셨잖아요.”

서윤은 당황한 채 말을 이었다.

“사실… 너랑 친해지고 싶었어. 회사에선 좀 서먹해서 그렇지. 내가 좀 선 넘을까봐 조심하는 편이라서.”

“…왜요?”

예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너보다 나이도 있고, 직급도 위고… 괜히 ‘상사’랍시고 들이대는 걸로 보일까봐.”

“…”

예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와인잔을 손에서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 안해도 돼요.”

“정말?”

“네. 저 그런 거 따지지 않아요. 사실 저 주임님이 회사에서 제일 멋지다고 생각 했는 걸요.”

서윤은 멍한 표정으로 예주를 바라봤다.

“어?”

“진짜예요. 디자인 팀에서 다들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데, 주임님만 뭔가 실험적이잖아요. 그런데 결과물 보면 다 설득당해 있고요. 그런 게 전 부럽던데.”

“하하하, 난 그거야. ‘실패하면 안 되는 사람’이거든.”

레스토랑의 음악이 한참을 흘렀다. 그동안 예주는 서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랑 자주 밥 먹어요, 주임님”

“…그래.”

서윤은 살며시 웃었다.

“그런데 주임님, 영식 과장님이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 그게…”

서윤은 자신이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겪었던 일을 말했다. 예주는 기겁했다.

“아니, 그거 녹음은 하셨단 말이죠? 어우, 충격이네요..!”

“그래, 나도 너무 속상했어.”

“그나저나 본인 목소리도 녹음되어 있어야 불법이 아니라는데, 이거 뭐 남자화장실에 들어가서 녹음한 거라 효력이 있을지 없을지 저도 모르겠네요. 제가 법조인이 아니라.. 도움이 안 돼서 죄송해요.”

“됐어. 예주 씨가 왜 죄송해.”

“마케팅팀에 그 분들이라면, 대리 쪽은 동생이 요식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식당 알아내서 확 리뷰 안 좋게 달아버릴까요? 하하, 농담이에요.”

“하하…”

예주는 와인을 한입 들이켰다.

“하여튼 꼭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그쵸?”

예주의 평소 순둥한 이미지 치고는 꽤 수위 있는 발언이었다. 예주의 그 말에 서윤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망해버린 사업을 복구하기 위해 지방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부모에게서도 얻을 수 없던 공감이었다. 부모님한테는 걱정 끼칠까봐 차마 말 못하던 사건이었다.

예주는 잔을 손끝으로 돌렸다. 서윤의 눈은 레스토랑의 은은한 조명으로 가 있었다.

“주임님…”

서윤은 천천히 고개를 틀었다.

“이번 주 주말에 시간 돼요?”

서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질문을 곱씹었다.

“왜?”

“같이 전시회 가면 어떨까 해서요.”

서윤은 물을 마셨다.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작게 났다.

“어떤 전시회인데? 혹시 저번에 얘기 나눴던 거기?”

“하하, 거긴 너무 싼마이고.. 제가 좋아하는 작가 전시회 있어요. 시온 작가라고 요즘 감성인 화가 분.”

“으응, 그림 한 번 보여줄래?”

예주는 폰을 건넸다. 서윤이 폰을 보니 거기엔 극단적으로 밝은 그림과 우울한 그림이 섞여 있었다. 한 눈에 봤을 때 이 작가 조울증 있나 싶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 중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성수동 카페 벽에 달아놔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힙한 감성이었다.

서윤은 흥미로운 듯 고개를 기울였다.

“특이한 화풍이네.. 그래, 가자.”

“그럼 토요일 낮에 봬요. 제가 티켓 끊어 둘게요.”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꼬리만은 한쪽이 천천히 올라갔다.


한낮의 서울 시내는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빨래 널기 좋은 날씨네.’ 서윤은 한 쪽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고 있었다. 한 손에는 에르메스 미러급 가품 백이 들려있었다. 그는 전시관 입구에서 멈춰 섰다.

‘이 공간에 나 같은 사람이 들어와도 되나?’

하얀 벽, 부드러운 조명, 저마다 잘 다려진 옷을 입은 커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주임님.”

서윤이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예주가 있었다.

그는 예주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티켓을 확인 받은 다음 들어선 공간은 밖에서와 사뭇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미술관 특유의 고요한 공기. 들어가는 순간부터 거대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주임님, 이 작가 요즘 핫한데요, 원래는 우울증 때문에 한동안 작업 안 하다가 다시 나왔대요.”

“그렇구나..”

“우울증이란 건 참 무서운 것 같아요.”

“그러게.”

둘은 찬찬히 전시관을 둘러봤다. 예주는 전시된 작품보다 서윤을 더 자주 봤다. 서윤은 한참을 같은 그림 앞에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역시 화면으로 볼 때랑 다른 느낌이 든다. 예주 씨도 그렇지?”

“네, 멀리서 볼 때랑 다른 건 확실해요.”

예주는 잠깐 생각했다가 서윤을 똑바로 보았다.

“예전엔 에쁜 걸 보면 그냥 예쁘구나 하고 지나치고 제 삶을 살기 바빴는데, 요즘 가끔 그렇더라요. 더 알아보고 싶어져요.”

“아하.”

‘더 알아보고 싶다’라.. 서윤은 그 말을 되뇌었다.

갑자기 그 공간의 모든 것이 달라보였다. 여유, 느릿한 걸음, 사람을 진정시켜주는 음악, 모든 게 자신에게 ‘괜찮다’고 다독이기 시작했다.

서윤은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

“예주 씨.”

예주는 멈춰 서 돌아봤다.

“에주 씨는 원래 이런 데 자주 왔었어?”

예주는 서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자주는 안 왔죠. …그냥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그래?”

서윤은 미묘하게 감정이 섞인 웃음을 흘렸다.

“예주 씨 가만보면 가끔 귀엽게 말하는 것 같아~”

예주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으나 곧바로 얼굴을 피며 말했다.

“어떤 부분이요?”

“그냥 여러가지로~. 회사에서도 그러지. 예주 씨 회사에서는 딱딱한 로봇 같아. 그런데 순수한 로봇 같달까?”

“…”

둘은 전시관 한 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편안한 침묵이었다.

“주임님은 저 되게 수수하게 봤나 봐요.”

“음, 그랬는데 요즘은 달라보여.”

“솔직하시네요.”

예주는 웃음을 지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땐 매일 클럽 갔어요. 남자들이 술을 따라주면 마냥 좋았고, 명품백 하나 받으면 세상에 더 바랄 게 없었죠. 청담동 드라이브도 행복했어요.”

서윤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예주 씨 그런 거 좋아했었어? 의외다!”

“다들 그렇게 말하긴 했어요. 근데 웃긴 건, 그거 다 부질없는 거란 걸 알게 됐을 때 그만큼 후회되는 짓도 없더라고요. 아, 저희 집 요즘 힘들거든요?”

마지막 멘트에 서윤은 ‘뭐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티 내지 않고 잠자코 얘기를 들어보았다.

“오히려 힘들어지고 나니까 삶의 의미가 뭔 지 조금은 알게 되더라고요. 그 전에는 아빠랑 사이도 안 좋았고… 형편은 괜찮았지만, 뭘 해도 허전했어요. 그래서 더 정신 없이 놀았고, 더 비싼 옷 입었고, 더 나쁜 사람들과 어울렸죠. 그런데 말이예요. 정말 다 쓸데 없었어요. 그 나쁜 사람들? 가난하고 격 떨어지는 사람들이었어요.”

그 말에 서윤은 움찔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예주는 말을 이었다.

“주임님은 혼자서 자취도 하고 멋져요. 생활비도 알아서 모으시고. 적금 많이 모으셨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렇구나.”

“아무튼 전 요즘 좀 달라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걸 같이 나눌 사람이 없더라고요.”

예주는 싱긋 웃으며 서윤을 바라봤다. 예주의 호의적인 눈빛에 서윤은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

“그래서 저 지금 재밌어요, 엄청.”


서윤과 예주는 핑크빛 노을이 그려진 작품 앞에 섰다. 작품의 이름은 <사라지는 미인>이었다.

예주가 말했다.

“시온 작가요, 사실은 엄청난 금수저래요”

“그래?” 몰랐네.”

“미국 유학파래요. 프랑스에 있는 학교를 나왔다던데 부러워 미치겠어요~.”

누가 누굴 부럽다 하는건지.. 서윤은 예주의 그 말에 오히려 그에게서 거리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누가 봐도 훤칠한 키에 냉랭하게 생긴 흑발의 남성이 서윤과 부딪혔다.

“앗..!”

서윤은 부딪친 사람을 올려다보고 그에게 한눈에 반할 뻔했다. 창백한 피부에 올라간 눈꼬리. 고급스러운 검은 색의 맞춤 정장.

“죄송합니다.” 중저음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아, 네..”

에주는 그 남자를 알아보고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모른 척 했다.

남자는 예주를 보고는 말했다.

“백예주?”

“…”

예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

남자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고는 서윤과 예주를 지나쳤다.

서윤은 그 남성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주임님, 점심 드시고 오셨죠? 카페 가실까요?”

“그러자.”

둘은 자리를 옮겼다. 예주는 고개를 숙였다.


때는 2년 전. 압구정의 한 레스토랑에서 두 남녀가 있었다. 남자는 검은 정장에 롤렉스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예주였다. 둘이 지나갈 때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남자가 아깝네..”

“여자가 돈 많나 봐.”

“여자도 나쁘지 않은데? 저 정도면..”

예주는 ‘지겹다’라고 생각하며 테라스에서 남성과 마주앉았다.

남성의 이름은 박지운이었다. 188cm의 큰 키에 잘 정돈된 올백머리를 하고 있었다. 지운이 말했다.

“우리 말이야, 맨날 사귄다고 오해 받고 있지 않아?”

예주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와인잔을 이리저리 흔들어 댔다.

“그러게.”

지운은 예주의 손목에 파텍필립 시계를 보며 말했다.

“시계 멋있네.” 예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운은 말을 이었다.

“…요즘 우리 회사 평가가 올랐더라고.”

“그렇구나.”

예주는 눈앞에 나온 파스타를 퍼 먹었다.

“면허는 언제 딸 거야?”

“곧 있으면 딸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어려워? 면허 따는 거?”

“아니, 뭐, 그냥저냥…”

“너 나한테 관심은 있어?”

“….”

“…가만보면 너 나한테 관심 없는 것 같아. 너 이러다 나 놓친다?”

“참나.”

예주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솔직하게 말할게, 박지운. 너 나 어렸을 땐 모른 척 하더니 이제 와서 너네 엄마가 친해지라고 보채서 억지로 나한테 말 걸고 있는 거 너무 티나.”

“오해야.”
“오해는 무슨. 너 지금 동태눈깔이야.”

“너 말야, 자신감을 가지지 그래?”

“너나 그 잘난 자신감 가지고 딴 여자 알아봐. 오늘도 너네 엄마 나한테 너무 착하게 말씀하셔서 어쩔 수 없이 나온 거야. 너도 억지로 나온 건 마찬가지일텐데? 말 좀 그만 처걸고 적당히 먹고 빠이하자. 오늘 이거 네가 내는 거 맞지? 잘 먹을게?”

“그렇게 말하는 건 어디서 배운 거야.”

“너 어렸을 때 학폭하던 건 어디서 배운 거고?”

“이…”

지운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 예주는 먹던 걸 멈추고 팔짱 끼고는 남성을 노려봤다.

지운은 화를 참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난 진심이야.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학폭도 다 그 이상한 여자가 말한 오해라는 거 알아줬으면 좋겠고.”

예주는 대답 없이 다시 포크를 들었다.


예주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 서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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