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증명하는 사람으로
새벽, 해가 뜨기도 전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외할아버지를 뵈러 먼 길을 나섰다.
오랜 운전 끝에 도착한 외가.
어른들은 또 다른 일로 자리를 비우고,
나는 친척 동생들과 카페에 들렀다.
근황을 나누고,
책을 펼치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시간을 보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다시 걷고,
또다시 카페에 들러 담소를 나눴다.
동생들은 변한 내 모습에 놀랐다.
맏이로서의 여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단단함.
그 변화는 조용한 위로가 되어
동생들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늘 들르던 외할머니의 납골당으로 향했다.
조용한 산속,
맑고 고요한 공간.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인사드렸다.
예전에는 이렇게 빌었다.
“잘 되게 해주세요.”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잘 된 손자의 모습, 편히 지켜봐 주세요.”
기도가 바뀌었다.
바람이 아닌 확신이 되었고,
기대가 아닌 증명이 되었다.
그곳을 나설 때,
문득 돌풍 하나가 나를 감쌌다.
마치 손자가 잘되길 바라는
할머니의 따뜻한 포옹처럼 느껴졌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잘 되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다.
잘된 나의 모습을
조용히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 하루의 끝에
쉼표 하나와 마침표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