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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Nov 13. 2022

영어공부 어디까지 해보았니?

- '무의 상태'인 내가 널 즐기는 방법(1) -


요령이라면 한 톨도 있지 않습니다.
'무의 상태'에서 시작하여 끝도 없이 재미가 나는 영어를 즐기는 다채로운 방법들이에요.
혹여 저와 같은 분들에게 도움이, 아니 즐거움이 될 수 있을까 하고 써보려고 합니다.
저도 공부방법이 지겨워지려 할 때 꺼내어 보려고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할게요. 여전히 못해요.
단지 아주 재미가 있어 질리지가 않는 방법들이라고 할까요?:)




나의 직업은 영어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간혹 외국인 분들이 들어오시면 도와드리고 싶어 간절한 시선을 보냈지만, 마음과는 달리 '간이과세자', '일반과세자'라는 용어를 비롯하여 적이지 않은 용어들의 설명부터 입이 좀좀 오므라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해외여행을 즐겨 영어가 필요했던 것도 아니다. 내 인생의 해외여행은 5박 7일의 신혼여행이 유일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어가 우 고팠다.


그래서 직장에서 해볼 수 있었것은 '국세조세전문가' 자격 도전이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으면 너무 좋겠지만, 영어의 분야에서 나는 그렇지 못했다.

좋아했으나 아주 심각하게 못했다.

이런 것을 '무의 상태'라고 일컫는 것일 테다.




전화영어부터 시작했다.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거쳐야 함을 알고 있으니, 나의 목구멍에서 영어로 소리를 낼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아야 할 터였다.


3개월 동안 하루에 10분 주 5일, 과제도 늘 함께 주어졌다. 일과 육아만으로도 벅찼던 그때,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것이 내겐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때 이후로 난 10분이 얼마나 길고 소중한 시간인지 안다.



것을 경험해보았기에 수줍음과 두려움이 많은 나의 아이들에게는 전화영어를 절대 권하지 않는다.


화상영어라면 표정과 손, 입모양 등으로 내가 전하려고 하는 말을 설명해주거나 나의 답답함을 표현하고 내 머릿속 곤란함전달해 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손발짓이 전해지지 않는 전화를 통해 불소통되는 침묵의 시간은 사시사철 수족냉증에 시달리는 내가 땀을 뻘뻘 흘릴 만큼 곤욕이었다.



처음엔 매일 그 길지 은 시간 동안 "I'm sorry."만 반복하다 끝이 났다. 그래서 지금도 "I'm sorry" 만은 유창하게 여러 가지 버전으로 할 수 있다.

하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고 3개월 후 제공된 나의 리포트에는 노력에 대한 칭찬이 가득했다. 실력이 아니. 오로지 력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영어에 대한 첫 도전은 힘들었던 만큼 치열하게 남아있는 기억 조각이다.




그랬으면 질려버릴 만도 한데 더 심해졌다. 그렇다면 너를 위해 없는 시간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래서 1시간인 점심시간을 쪼갰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머지 40분 정도의 시간을 카페에 가서 원서를 읽었다. 처음 읽었던 원서는 <Charli and the Chocolate factory>, 찰리와 초콜릿 공장!


초콜릿으로 해장을 하고 초콜릿이라면 무엇이든 입에 쏙 넣고 보는 심각한 초콜릿 덕후이다. 교보문고의 원서 코너로 가서 적당한 두께의 원서, 아니 얇은 원서 중 'chocolate'이라는 단어만 보고 고른 책이다. 누군가가 추천해준 책도 아니고 원서로 처음 접하면 좋을 책들을 알아보고 선택했던  아니었다.

책은 정말 취향의 탓이니까.



다 읽고 찾아보니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책이라고 하던데, 난 이것을 읽어내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얼마나 재미가 있었던지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르는 단어는  영어사전으로 찾아 바로 외우고, 사전에 예시된 문장 중 외워두면 좋을 예문까지 함께 책의 귀퉁이에 적어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외웠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드는 문장은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었다.


잊히지 않도록. 여러 번. 

성우가 된 듯 아주 실감 나게. 

그럼 더 재미가 나니까.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듯이 조금 크게. 

어차피 그 시간은 늘 혼자였으니까.



한 문장씩 잘근잘근 해석해 나가다 한 페이지를 다 읽고 나면, 읽었던 그 페이지의 첫 문장부터 '다시' 읽어 내려간다. 그러면 해석이 조금 더 매끄러워지고 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해도'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어려울 때는  '다시' 그 페이지를 처음부터 반복해서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몇 번을 읽다 보면 처음에 내가 내었던 해석들은 웃음이 터질 정도로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할 때마다 조금씩 다듬어지고 이해가 되는 일이니 지루할 수가 없었다.


해석은 내 마음이다. 내가 이해가 되면 된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다음 날 다음 페이지를 읽어낼 때에는 전날 읽어낸 이야기의 끝이 아리송하니, '다시' 이전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 한 페이지를 사실 몇 번을 반복하게 되는 일이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참으로 오래 걸렸다. 


각 페이지당 3 회독 이상을 하게 되는 일이므로  권의 책을 3번 읽어내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게다가 점심때 약속이 있거나 일을 해야 하는 날은 읽을 수도 없었으니 얼마나 오래 걸렸던지. 처음엔 4개월 정도는 걸렸던 듯싶다.


사실 다 핑계일 뿐, 나의 영어능력과 문해력 부족의 복합적인 결과일 테다.




그때 카페에서 영어랑 책이랑 함께 보내는 40분이라는 시간은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었다. 맘을 살살 녹여주는 커피의 향과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한 잔잔한 음악까지 더해진 따스한 공간. 그곳에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것 하루 중 내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달콤할 수밖에 없는 시간.

신이 날 수밖에 없는 시간.

그것이 내가 사무실에서 멀고, 테이블 간의 간격이 넓고 사람들이 없는 한 곳의 카페만 이용했던 이유이다.




기한을 정해두고 쫓기며 읽었던 책이 아니었기에 나의 실력을 탓하지 않고 천천히 즐길 수 있었던 듯싶다. 나중에 같은 작품의 영화를 보았을 때에도 책으로 접했을 때의 그 심각했던 몰입감은 느끼지 못했다.


첫 번째 원서를 그렇게 어렵지 않게, 물론 어려울 수가 없는 책이었다고 하더라도, 신나게 완독하고 나서는 다음 책들은 무엇이든 두렵지가 않았다.

즐거움 그 자체였다.


가서 내가 읽고 싶은 책으로 골라오면 그만이었다. 책을 고르는 것부터가 커다란 재미였고,

첫 문장을 읽어내고 난 뒤엔 기대감에 부풀었으며, 그날의 기분에 따라 펜의 색을 골라 책 귀퉁이에 적어가며 외우는 것은 마치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언젠가 나의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기에 정성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밖에 없는 선물을 내가 만들어내는 느낌.


보기엔 낡았지만, 그 낡음의 정도만큼 귀중한 보물, 무엇보다 아이가 제일 귀찮아하는 사전 찾기를 잠시 그만두어도 되는 책으로.

내가 아이를 위한 선물을 엮어가는 중이었다.

영어공부를 하는 척하면서.


<네잎클로버도 많이 숨겨두었으니 찾아보렴>

원서로는 첫 번째 책이었기에 요령이 없이 죄다 적고 너덜너덜해진 책이지만 내겐 보물 같은 책이다.

것이 벌써 4년 전.


그래서 지금은?

얼마 전 서점에 들렀다가 원서 행사 코너를 보고 눈이 똥그래졌다.

'The Secret'

내가 좋아하는 그 책!


그 책과 똑같이 생긴 표지를 보고서야 내가 3번이나 정독했던 그 책이 당초 번역본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난 그 책의 하드커버와 제목에 어울리는 비밀스러운 질감도 좋았는데 원서도 동일한 커버와 질감을 가지고 있어 너덜너덜해질 걱정 없이 마음껏 열어볼 수 있다. 신이 나서 집에 안고 달려왔건만 요즘 생각지도 않게 아이도 함께 읽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 나도 아이도 조금 크고 나니, 아는 단어들이 많아져 단어를 많이 찾아볼 필요도 없고 근사한 문구를 아이와 함께 나누기도 할 수 있어 즐거움이 더 심해졌다.

이 책도 다 읽고 너에게 보물처럼 남겨주려면 몰래 숨겨둘 네잎클로버부터 찾아봐야겠다!




<다음 편에 계속 이어가 볼까요?:)>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잘 끝내셨나요?

저는 감히 다음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작가님들도 심사위원분들도 부디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응모하신 작가님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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