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되기 전에는 굳이 아침에, 더군다나 매일 초콜릿을 섭취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날 때 틈틈이 보이는 대로 주전주전 먹으면되니. 하지만 직장인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하루에 틈이 나지 않았으므로 부러 시간을 내지 않고서는 달콤함의 허기를 채울 수가 없었다.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아침에 눈뜨자마자 초콜릿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달콤함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어느 날밤, 퇴근하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보니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준다는 행사를 하고 있던 가나초콜릿, 그게 시작이었다.
저렴하면서도 행사를 자주 했고 구하기가 쉬웠으며 그것을 하나 온전히 다 먹고 나면 나만의 하루 당 권장량이 충족된 듯, 종일 달콤한 것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매일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 물론 더 먹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스크루지인 나는 매일 하나씩 먹는 그것의 비용조차 사치였으므로 하나면 충분했다. 특히 추운 겨울날, 차가운 공기 안에서 몇 겹의 옷을 입은 채로 일어나 펄펄 끓여낸 믹스커피한 모금을 입에 담고 초콜릿 조각을 그 속으로 넣으면, 흐물흐물해진 초콜릿처럼 세포들도 느실느실하게녹아 달콤해졌다.
그 달콤함이 혹독한 직장인의 하루를 견뎌내도록 도와주었다.
하루를 보내다 쓴 맛이 나는 순간들을 마주하면 깊숙이 넣어두었던 그 달콤함을 꺼내어 희석시키곤 했다. 여러모로 당시의 내게는 필요악이었고, 아침마다 의식을 치르듯, 무의식적으로 눈감은 채로 걸어 나와 야물야물 욕심스럽게 먹어댔다.
그렇게1일 1초콜릿, 그것은15년이넘도록나도 모르게 지켜온 나만의 기묘한 모닝루틴이었다.
물론 이번이 이것을 끊기 위한 첫 번째 시도는 아니었다.주변 사람들이 경악키도 했고,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한 것이 혹여 이것의 탓일까 싶어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시도를 해보았다. 금연이나 금주의 계획들과 유사하게, 치밀하게도 준비했었다. 그렇기에 중독된 무언가를 끊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절절히 알고 있다.
'아침엔 사과라, 그럼 초콜릿 대신 달콤한 사과로 대신하지 뭐.'의 어름한 생각으로 사과를 먹어보니, 나의 취향이 아니어서인지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결국에는 사과가 썩어 뭉그러지도록 두게 되더라. 이후로는 괜스레 죄 없는사과를사지않았다.
뿐만 아니라 하루의 당 권장량을 채우지 못한 탓에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초콜릿을 잔뜩 먹게 되면서 아침마다 속이 좋지 않았다. 이것저것 다른 것들로도 바꿔보았지만, 먹는 것으로는 초콜릿을 대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차라리 먹지 말고 운동을 하자.'의 생각으로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집 앞 공원을 달렸다. 먹을 시간을 주지 않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종일 운동할 겨를이 없었고 덕분에 조금이라도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줄어 달콤함을 덜 찾을 줄 알았다. 하지만 추운 겨울, 공원으로 나서려고 현관문을 열면 냉동실 문을 열고는 그 속으로빨려 들어가는듯한 느낌,점점집을나서는 일조차 망설여졌다.
그것마저 싫어지기 전에스크루지는 용기를 내어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까지 해가며, 일어나자마자 먹을 겨를을 주지 않기 위해 달리고 출근했다. 하지만 격렬하게 배가 고팠고 종일 고팠으며 먹어도 먹어도 아무 소용없이 고팠으니, 결국엔 초콜릿을 탐욕스럽게먹고 나서야 하루를 끝낼 수 있었다.
6일 동안 초콜릿을 먹지 않았다면, 7일째는 딱 그 합만큼한꺼번에 채워낸 후에야 머릿속에서격렬히휘몰아치던달콤사냥을 멈추고 평화로워질 수 있었다.
어느 순간 종일빈틈없이바빠진 후부터는아침이면 의식도 없이 감은 눈으로 나와 초콜릿 무늬대로 또박또박 부수어 입에 촘촘히넣고그득하게녹여먹기 시작했다. 15년을 한 초콜릿만 먹었음에도 그 어느 날도 질리지가 않았다.아는 이들만 질려했을 뿐.
현실의 삶에서는 달콤함이 부족했던 탓일까. 유난히도그것에 집착했다.먹으면 먹을수록 좋았다. 고급스럽거나 좋은 재료로 만들었거나 하는 것들은 상관없었다.
그저 진득하게 내 마음에 엉겨 나를 녹여줄 수 있는 달콤함이면 충분했다.
얼마 전 건강보험공단의 정성스러운 독촉 덕분으로 건강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15년 동안 아침마다 초콜릿섭취를해본바, 혈당과 비만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기꺼이 실험에 가까운 섭취를 한 이가 있으려나. 이 정도 했으면 초콜릿 홍보대사의자격을 충분히 갖춘 게 아닐까. 난 그저 그것을 핑계로 더욱더 마음을다해 희룽해롱하게 만끽하고 싶다.
살다 보면 도망치고싶고모두두고끝내고싶은때도 있다. 그 극한의순간에꺼내먹었던그것이 이곳까지날 데려왔는지도모르겠다.
찰나를 견뎌내도록 도와주는 나만의 안정제였다.
살다 보면별것아닌 일에도끝도 없이가라앉는때도있다. 그럴 때엔 별것아닌것이도와줄지도모르는 일이다.
자신만의 달콤함을 찾아 조금은 비뚤어져 보는 거다. 그게 인생의 맛이지. 난 여러 가지 맛들 중 달콤함을 택했을 뿐이다.
나만의 식량이기에 음침한 곳에 꽁꽁 숨겨두지만, 아이들이 종종 비밀히 꺼내어 먹는다는 것을 안다. 답답했던지 박스가 요란하게 찢겨있거나 발바닥에 조각이 붙은 채 도망가다초코 발자국을 남기므로 모르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 그것도 용서해 줄 수 있지. 하지만 마지막 하나가 남았을 땐 건드리지 말아 줘. 초콜릿이 없는 다음날 아침은 상상하기도 싫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