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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ㅡ Jul 28. 2023

당신의 최애 가구는 무엇인가요?

- 애증의 돌침대 -


조그마한 전셋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기에 가전제품과 가구 등 많이 살 필요가 없었다. 붙박이장으로 모두 수납가능했으니, 세탁기, 냉장고, 소파, 식탁, 침대 이렇게 5가지 정도만 크게 구입했던 듯싶다. 그중 세탁기와 냉장고는 최신형이 아닌 진열상품으로 저렴하게, 소파와 식탁은 가구공장에서 몹시 저렴하게 구매했다.


하지만 침대는 달랐다.




항상 추웠다. 겨울엔 따뜻하고 싶어도 난방비가 없어 난방할 수 없어 추웠고, 심한 수족냉증인 나는 여름이면 밖과 너무 다른 차가운 공기의 대중교통 등의 실내 온도 때문에 꼭 긴팔을 덧입고 다녀야만 했다.


신혼집에서는 기필코 따뜻해지고 싶어 고른 것이 바로 '돌침대'였다.


옥빛이나 살구빛의 아름다운 빛깔을 가진 돌침대가 많았는데, 아름다울수록 몹시 비쌌다. 커다란 금액으로 차이가 났다. 돈은 부족했고 그것은 갖고 싶고, 그래서 택한 것이 잿빛의 맥반석으로 만들어진 돌침대였다. 가장 저렴했다.


이런 색은 신혼집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뒷전으로 두고 설명하지 않으셨지만, 난 그것으로 골랐고 15년 전 그것을 220만 원으로 백화점에서 구매했다. 그때 내가 했던 가장  지출이었기에 정확히 기억이 난다. 이사할 때 돌침대를 옮길 수가 없어 찾아보니 지금은 회사가 없어졌지만, 그 회사의 이 돌침대는 내가 수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켜고 자는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애장품이다.


처음에는 남편이 허리가 아프고 뜨겁다며 온도를 낮게 설정해 두꺼운 매트를 깔고 잠들곤 했었는데, 한 달이 지나고서는 뜨겁게, 매트도 깔지 않고 푹 잘도 자기 시작했다. 렇게 자고 나면 개운하고 피로감이 싹 가신다고 하면서.


그렇게 당신도, 나도, 모두 심각한 돌침대사랑꾼이 되어버렸다.



사실 나는 이 돌침대 때문에 비싼 호텔룸도 좋아하지 않는다. 호텔의 상쾌하고 폭신한 침대보다 딱딱하고 뜨거운 돌침대에서 자는 것을 훨씬 좋아하므로 그 좋은 호텔도 사양한다.


온돌방보다도 돌침대가 좋다. 방전체가 달구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닥만 뜨거워져 이불 밖으로 얼굴만 빼꼼히 내는 일, 몸은 따끈따끈하지만 차가운 숨을 들이켜는 느낌, 그리고 그 차가운 공기를 따뜻한 몸속으로 통과시키는 느낌을 좋아한다.


또한 명절 전날, 나는 종갓집 맏며느리로서 종일 음식을 하고 다음날 새벽부터 음식을 차려내기 위해 시댁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그것이 불편한 유일한 이유가 바로 이 돌침대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기꺼이 함께하고 싶으나, 돌침대에서 자지 않으면 다음날 온몸이 몸살 난 것처럼 힘들기에, 종일 전을 부친 날이면 20분 거리에 있는 나의 집에 가서 돌침대 위에서 달궈져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언젠가 시어머니의 환갑선물로 돌침대를 떠올렸으나, 당신은 더운 것은 질색이라고 하셔서 그만두었다. 한 달만 써보시면 좋아지실지도 모르는데..




돌침대 사주시면 내 방에서 잘게요!


 사랑의 돌침대가 지금은 이렇게 애증의 존재가 되어버렸다.


크지 않은 안방에서 4명의 우리 가족은 모두 같이 잔다. 돌침대에서 자던 남편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하면, 그때 침대 아래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이 올라와서 자고, 겨울에는 중간에 올라와 좁은 돌침대에서 모두 같이 자기도 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면 푹 잔 것처럼 개운하고, 아플 때면 아픈 것도 금방 낫는다고 하며 꾸역꾸역 올라와 자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가족 모두 돌침대사랑꾼이 되어버린 탓에 70kg, 170cm가 넘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와의 수면분리에 완전히 실패했다. 둘째 아이도 물론이고. 오은영 박사님이 보셨다면 고개를 절레절레하셨을 일이다.


아토피로 밤에 긁는지를 주시하며 크림을 발라주어야 던 때에는 수면분리를 꿈도 꾸지 못했고, 지금은 그들의 돌침대에 대한 집착으로 수면분리를 몇 번을 시도를 했지만, 완벽하게 실패했다.



현실적으로 안방보다 더 조그마한 그들의 방에 돌침대를  수도,  여유도 없다. 하지만 작은 침대에서 모여 자다 그들의 두꺼운 다리에 난데없이 온몸과 얼굴을 쿵쿵 차이다 보면, 자는 동안만이라도 편안히 쉬고 싶고, 그들의 긁는 소리에 깨지 않고 푹 자고도 싶다.


그러다 이제 이런 투정부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나를 위로해 보기도 한다. 홀연히 내 곁을 떠나 아낌없이 문을 닫고 온몸을 야무지게 긁으며 각자의 방에서  혼자 잘 때가 곧 오겠지. 그때에는 아쉬워하지 않고 기꺼이 너희들의 수면독립에 박수를 치며 돌고래 소리로 응원해 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충분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니 돌침대 핑계 대지 말고, 사춘기향이 솔솔 나는 너의 방을 향긋한 너만의 공간으로 만들어 독립을 준비해 보렴.

발... 


돌침대는 내 거야: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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