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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지호 Jun 28. 2023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결이 다를 뿐)"

나 - "형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쓰레기 비우는 날이에요? 후배들 시키시지.."

형님 - "제가 나서서 하면 후배들도 따라서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형님은 솔선수범의 끝판왕이었다.
무슨 일을 하시든 원칙을 중요시하셨고,
누군가 해야 하면 차라리 본인이 한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출근하여 분리수거 중에 계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형님의 후배들은 형님을 잘 따르지 않는 눈치였다.


나 - "선배님, 저 형님 좀 대단하지 않습니까? 저는 저 정도 짬차면 저렇게 못합니다."

선배님 - "야 남의 일 말고 본인 일이나 똑바로 하라 해"

나 - "본인 일도 잘하지 않습니까?"

선배님 - "잘하지, 아니 그런데 왜 바빠죽겠는데 남의 일까지 가지고 와서 하고 있냐고"

나 - "아하.. 좀 과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선배님 - "저렇게 일 가져오면은, 나중에는 저 일들이 우리 부서일이 된다니까. 애초에 왜 그런 껀덕지를 만드냐고. 그리고 좋아서 하는 거면 혼자 해야지 밑에 후배들은 뭔 죄냐. 선배가 하는데 후배에게 선택지가 있겠냐? 사람으로서는 참 좋은데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참 남의 부서였으면 믿을만한 좋은 사람이지."

나 - "하..하"


내가 좋게만 생각했던 모습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단점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각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구나.

내가 아무리 좋은 모습 보이려고 행동해도
다른이에게는 이 행동이 단점으로 보일 수 도 있겠구나.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도 아마 그럴 수는 없겠구나.


나 - "선배님 오늘 식사 한번 하십니까? 제기 거하게 모시겠습니다."

선배님 - "고민 있냐? 장소 정해서 좌표 보내~"

나 - "선배님 인간관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선배님 - "왜? 누가 너보고 뭐라 하디?"

나 - "그건 아닌데, 평소 자주 붙어 다니길래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떨어져 있을 때는 서로 험담하는 걸 봤습니다. 저는 사람을 잘 믿고 쉽게 좋아하는 편이라 조금 혼란스럽니다. 선배님은 도움 될만한 말들을 악감정 없이 직설적으로 이야기 잘해주셔서 그냥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하하"

선배님 - "지호야, 나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결이 있다고 믿거든. 어떤 행동을 하든 결국 결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치게 되더라. 그리고 그 결이 같은 사람들이 내린 나의 평판과, 나와 다른 결에서 내린 나의 평판은 극과 극이야. 내가 후배들 중에서 널 제일 좋아하는 거 알지? 나는 우리를 위해서는 내가 손해 봐도 된다는 주의거든? 우리 일이 아니라면 크게 알바노지만.. 그런데 다른 얘들은 뭔가 계산적이고, 우리를 본인에 맞추려는 느낌을 받아. 그래서 나는 너를 더 챙겨주고 싶고 나랑 같이 다니는 얘들도 다들 비슷하게 생각한다. 너무 주변 시선 의식하지 마! 결국은 네가 너의 행동을 했을 때 너와 결이 맞는 사람들은 모이고 긍정의 평가를 줄 것이며 너와 결이 다른 사람들은 금방 흩어지고 부정의 평가를 내리게 될 거야."


그렇다. 인간관계는 신경 써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와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쓰면서까지
금방 흩어질 인연을 유지하려 애쓰지 말자.


나 - "선배님, 저 혹시 제가 하는 행동들이 착해 보이려고 하는 행동 같습니까?"

선배님 - "갑자기? 지호야 그런데 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거든?"

나 - "그게 무슨 말입니까? 길거리에서 쓰레기 줍는 단순한 행동도 이기적이어서 하는 행동이라는 말입니까?"

선배님 - "응, 나는 땅바닥에 쓰레기 보면 그냥 무시해.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 이기적이다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길바닥에 쓰레기 줍는 사람들도 왜 줍겠어? 줍지 않으면 본인들 마음이 불편하니까. 찝찝하니까 줍는 거 아니야? 결국은 본인 마음 편하려고 쓰레기 주운 거야. 지구를 지키고 싶다고? 개소리하지 마라 해.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의해서 결국 본인 마음 편하려고 줍는 거라니까."


선배님의 말씀이 찝찝하지만 맞는 말 같아서 더 찝찝하다.

내가 남을 챙기는 이유는, 그게 내 마음에 편해서이다.
내가 기부를 하는 이유는, 내가 뿌듯해서이다.
내가 모두를 좋아하는 이유는, 싫어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이다.
결국 나는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들일까?



그냥 남에게 피해안주는 세상에서 제일 이기적인 놈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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