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흐르는 물소리에도
급체를 하는 날이 잦다
문을 나서다 돌아서는 일
반쯤 문 안에 몸을 두고 성급히
문을 닫으려 하는 일 같은
반복하는 문의 곡선
빈 정수리에 검은 흑채 얹고
불룩한 아랫배에 쫄쫄이 꽃무늬바지를 입고
비워야 가볍다고
가까운 기억일수록 더 깜박깜박 잊고
자음과 모음을 비우고
숫자와 날짜를 잊어버리고
기억의 무게를 줄이는
나의 눈금들
언제부터였을까
소주가 입에 당기지 않을 때
신 자두에 손이 가지 않을 때
아이스크림이 차다고 느껴질 때
보폭들은 자꾸만 펭귄의 발바닥을 닮아가고
이마는 배짱으로 넓어졌다
구부린 목덜미가 발보다 빠르게 걷는 저녁
건너야 할 푸른 신호등 불빛
아, 저쪽이라는 곳
건너편이라는 곳
건너야하는지,
건너지 말아야하는지 망설일 때
현충원에서 여섯 살 때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찾아왔다고
노란 신호등이 점멸하며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