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손가락

by 김화연

김화연



울산 김씨

김정자 할머니

장성 밀재를 밀고

내장산 갈재를 업고

기동 댁이라는 이름으로 허리 구부린 나날들

붉은 고추 마르는 늦여름 밤에 삼베 짓고

붉은 봉숭아 꽃물

열 손가락마다 호롱불이 들었다

꽃물 같은 자식들 권자 돌림 부를 때

터울 벌어진 형제들

손가락 깨물어 피 흘린 자식이 둘이 있었지만

손가락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없다

쌀쌀한 늦가을부터

앙고라 털장갑 끼는 김정자 할머니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있나

그 손가락들 시리지 말라고

흩어지지 말라고 벙어리장갑을 낀다.

이른 새벽 정화수에

열 손가락 모으면

손톱마다 쪽 달 밝았다

가끔 꿈자리 사나울 때마다

두 손 손가락들

두 주먹을 꼭 쥔다

붉은 꽃물 나간 곳에

열손가락 속

정화수 맑은 우물도 마르고

하나에서 열까지 세는데

별 하나 우물에 진다

들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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