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열아홉 살 때
아끼고 아낀 용돈을 모아
중앙시장 좌판에서 구제 청바지 하나 사들고 왔다
그날 저녁 별들이 두근두근 떠있었다
차마 입지 못하고 장롱 속 깊이
감춰 두고 학교에 가면
내 뛰는 심장 속에 불안한 장롱 하나 들어 있었다.
드르륵 열리는 강의실문
엄마가 할머니가
내 방 장롱 문을 여는 듯 했다
서양 냄새 풍기는 바지는
자전거와 코스모스와 기타와 막걸리 술잔을
주저 없이 받아 주었다
생이 질긴 바지는
비와 바람과 번개에도 얼굴빛은 변하지 않았다
청바지 입고 돌아가는 집 앞 골목길은 불안했다
결국 그 옷을 입고
옷도 사람도 야단을 맞았다
지금도 청바지 입고
걸어가는 여자애들의 뒷모습을 보면
두근두근 뛰는
엉덩이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