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by 김화연

김화연


손이 크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손바닥과 손등이 작은 손

아무리 봐도 큰 손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이유들이란, 너무 일찍

곱절과 곱절의 숫자를 세었거나

이른 봄, 진달래를 손아귀가 아프도록

꺾었다거나 한 동이 물을 뭉쳐

물동이를 옮겨 담았다거나

추운 밤 솜이불 한 귀퉁이를 꽉 쥐고 놓지 않았다거나

그도 아니면

쉽게 날아가 버리는

너무 많은 다짐과 분노를

세게 쥐었던 것이 아닐까

예전엔 작은 손이었지만

작은 손 여럿이 그 손을 또 빠져 나가고 나면

작았던 손들이란 소심으로 뭉텅해지고

손가락마다 반지들은 또 헐렁해졌다

손이 크다는 말

전전긍긍한 마음이 없다는,

씀씀이의 저울이 느슨해졌다는 말이다

아귀의 힘이 남아있는데도

겨울이 되면 유독 손이 시린 것도

봄날의 궁금증이 여름을, 가을을 지나

빠져나가서가 아닐까

아직도 손이 크다는 것은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따뜻한 저녁을

대접할만한 한 낮의 여유를 품었다는 말

내겐 내가 모르는

여분의 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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