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락지들

by 김화연



김화연



세상을 살펴보면

군락지들 아닌 곳 없다

각종 향우회나 동창회들

일정한 거리와 면적으로 묶인

동과 면과 마을들은 다 군락지들의 일종이다.

그런 군락지들끼리 모여서

체육대회나 결사반대 집회를 열곤 한다

외딴곳에서 사는 집들도

햇볕 드는 터전이라는 군락지를 이루고

바람과 물의 결을 이용해 사는

편서풍들과 썰물 밀물들도 그와 같은 종류들이다

기슭에서 자란 나무의 슬하들은

한참을 굴러 내려간 곳에 있다.

할 수만 있다면 멀리, 더 멀리 보내려는

본능이 데굴데굴 굴러가다 멈춘 곳

평평한 평지에 그 수종의 군락지가 있다.

종족 번식이 우선인 나무들의

능력에 숲은 무성하고 열매는 견고하다

꼬리를 흔들며 지나가는 뱀

빗방울이 그리운 햇살 좋은 날

저수지 수면엔 윤슬의 군락지가 펼쳐진다

어둑한 무렵에 뭉쳐 허공을 굴러다니는

하루살이들은 저녁의 군락지들이다

특정한 곳이 아니라

이곳저곳 맑은 날을 골라 다니는

군락지들도 찾아보면 많다

멸치 떼나 정어리 떼들은

천적 주변이 군락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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