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쌓는 마음

by 김화연


김화연



세상의 탑들을 보면 다 순서가 있다

가장 넓은 무거운 것부터

차츰차츰 부피와 무게를 줄인 것을 올려놓은 방식

그런 높이들이란 다 끝으로 갈수록 좁아진다는 것이다

아슬아슬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그건, 염원이나 소원들은 늘 좁은 곳에

넓은 부피로 올려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높이를 애써 쫓지 말라는 것이다

기원들에는 방해하는 것들이 많지만

대부분 올려지는 것들이나 좁아지는 높이가 아니라

그곳에 무엇을 올려두려는 사람의

손과 마음이 덜덜 떠는 일이라는 것이다

앞서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밑이 위보다 더 무겁고 넓어서

세상의 높이들이란 무너지지 않는다고 보여주는 것 같지만

원래 무너지는 것들은, 일들은

위쪽부터 시작된다

높은 곳이 좁은 곳만은 아니다

무한한 우주가 뾰쪽한 꼭대기에 그 시작을 밟고 있고

무너질 것을 염려하는 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끌어모은 정성들이 있다

저의 위로 누구를, 무엇을 올려놓는 마음으로

이 좁은 곳에다 소원을 올려놓는 일이다

갈수록 작아지다 결국엔 티끌 같은

그 무욕이 하늘에 닿는다고 탑은 알려준다

순조로운 순서, 합당한 방식으로 쌓은

끝들은 다 하늘이 꼭 잡아주는 것이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발표지원선정작품

keyword
이전 07화물의 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