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

by 김화연


김화연


신호등 앞 보도블록 좌판위에

지는 여름을 품은 풍경화


신문지 좌판 위에는

둥근 호박과 반쯤 붉은 고추, 깻잎

그리고 못생긴 노각 몇 개 놓여 있다


작은 잎 속에 숨어서

뜨거운 햇살, 비바람을 견딘 정화수

긴 시간을 견뎌온 이에게

인뇌의 시간을 소멸하며 내어준 속살


어느새

노인의 손에 쥐어진 노각 하나

서로의 손이 늦여름이다

지난 시간을 공유했던

형제처럼 단단한 껍질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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