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신호등 앞 보도블록 좌판위에
지는 여름을 품은 풍경화
신문지 좌판 위에는
둥근 호박과 반쯤 붉은 고추, 깻잎
그리고 못생긴 노각 몇 개 놓여 있다
작은 잎 속에 숨어서
뜨거운 햇살, 비바람을 견딘 정화수
긴 시간을 견뎌온 이에게
인뇌의 시간을 소멸하며 내어준 속살
어느새
노인의 손에 쥐어진 노각 하나
서로의 손이 늦여름이다
지난 시간을 공유했던
형제처럼 단단한 껍질로 잡고 있다
김화연 (본명: 김정희 )입니다. 고향은 전라북도 순창 . 2015년 계간지 시현실 로 등단. 시집: 내일도 나하고 놀래. 단추들의 체온. 전자 시집: 소낙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