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물의 옹이가 있다
돌멩이 하나를 던져보면 물은
금세 구겨진 옹이가 생겼다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헝클어졌다 다시 잠잠하게 펴지는
바다엔 그런 옹이들이 또 많다
나무의 옹이들이
제 수족을 뚝 떼어낸 자국들이라면
바다에 옹이가 된 가장을 두었거나
자식을 둔 노인들에게도 그런 옹이 하나쯤 콕 박혀 있다
사나운 옹이에 받혀 침몰하는 어선들이 있고
이제 무뎌졌다 싶은 옹이에 뱃줄을 묶고
풍세 사나운 밤을 지나는 바닷가 마을이 있다
물의 기슭을 물고 있는 아가미 같은 마을
그런 물기슭엔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 같은 집들이 또 있다
물에서 돌아오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흘리는 눈물도 짭짤하게 절여진
몇 방울 옹이들인 것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의
밥을 버는 일들이란 늘 울렁거리는
뱃멀미를 앓기 마련이지만
뭍은 뭍대로 휘청거리기 마련이다
큰 섬 하나를 감고 도는 물결이 있듯
나무의 옹이를 살펴보면
살짝 무뎌진 곳을 돌아나가는
물살들이 보인다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