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미모美貌를 잃어가는 장미들이
햇볕에 타는 한 낮
빨갛게 토해놓은 꽃말이 흩어진다.
계절 없는 꽃들의 꽃말은
허풍의 외형外形
핏기 없는 화장법들 좀 봐
물방울, 보형물을 넣은 젖가슴 사이에
애교로 엮은 붉은 목걸이는
바닥을 달구는 햇빛에 떨어지고
스물아홉의 정원을 두리번거리며
담장 밖을 외면한다.
찾아오는 예감에 목을 세우고
오늘은 몇 번의 감탄을 받았노라고
일기장에 쓰지만
원색이 희미해진 잎은 너풀거린다.
꽃잎의 키가 갈수록 작아지고
혓바닥의 끝이 피자두색으로 붉어질 때
여름이 치마를 여미고
또 사치를 벗기며 지나가고 있다
바람하나 기다리지만
햇빛의 혼수가 수례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