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사막은 거대한 황금
빛나는 황금에는 석양의 성분이 들어있다
황금은 하늘과 가까운 곳
권력과 욕망이 달라붙는다
사금 한 줌에는 헤아릴 수 없는 바람이 몰아쳤던
골드러시 행렬이 있다
오아시스가 숨어있고
때로 허황한 신기루가 펼쳐지기도 한다
황량한 사막을 지키고 있는 황금의 석양
능선마다 날카로운 칼날이
누렇게 그 날을 세우고 있다
바람의 날을 가는 황금의 능선
가끔 회오리바람으로 춤을 추는 날
낙타를 몰고 대상의 행렬이 지나가기도 한다
내 손가락엔 바람의 방향도 읽을 수 있는
군살이 박힌 사막이 끼워져 있다
자주 바람의 방향으로 지형을 바꾸는 사막
사막에서는 손가락을 거는
어떤 약속도 없다
다만 손가락엔 게으름 피우지 않고
바람과 물을 나누어 가졌던
흰 강이 흘렀던 자국이 있다
매일 황금의 지형을 세공하는 바람
그러나 사막엔 그 흔한
금은방이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