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늦가을 향을 쟁이는 모과나무 아래
파란 열매 몇 개 뒹굴고 있다.
11월 파란색은 모두 그늘
그늘은 느리게 낮잠을 자는
게으른 한낮이다
거울에 그늘을 오래 살피는 화장대 앞
야윈 햇살에도 거울 속 화장 깊이는 더해지고
출근 시간이 바쁜
꼬리의 그늘이 곁눈질로도 보인다.
계절을 읽기 바쁜 햇살을 벗어나
뒤돌아서 앉아있는 바람의 잔금들
몇 개의 주름을 버리고
검은 안경을 낀 피곤한 얼굴
아직 파란 잎이 갈색 잎들 사이에 섞여있다.
다급한 얼굴들은 모두 늦은 얼굴들
눈을 감아야 하는 이유를
늘 받쳐주던, 묵묵했던 눈 밑
누런 얼굴 사이에
낙과落果의 그늘이 짙다.
내 눈 밑에 아직
설익은 모과가 있고
농익은 눈물처럼 뚝뚝 떨어질 것이지만
늦가을 그늘들은 서두른다 해도
올해는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