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 실밥

by 김화연


김화연



얼굴을 뒤집은 적 없는데

송송 실밥이 뚝뚝 떨어진다.

이마에서 검은 눈썹 위에서 잠시 쉬다가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실밥

실밥이 떨어지면 내 얼굴은 민낯이 된다.

얼굴은 맨몸이어서 부끄럽거나 뻔뻔하다

여름 햇빛이 잘 볶은 깨를 짜듯

시큼한 실밥이 밖으로 나온다.

땀방울은 언젠가

되삼킨 울음의 분량으로 배어 나온다.

온몸을 거울에 비추어 봐도

몸엔 실밥자국 하나 없는데

뜨거워지면 눈송이처럼 피어나는 실밥

만날 수 없는 두 길이 만나 실밥이 된다면

재봉선은 어디에 있을까

안으로 숨기며 문을 닫아버리는 내 몸

맨몸은 얼굴 하나로 족하다

그래서 우리는 재봉선 실밥이

툭툭 틀어지는 옷을 걸치고 다닌다.

곳곳을 살피면

꿰맨 자국 한군데쯤 있다

빼낸 것도 넣은 것도 없는 자국

여름 온몸에서

실밥이 돋아 나와 떨어진다.

무서운 바느질이 나를 지나갔다는 증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