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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by 김화연


김화연


햇빛을 품었던

몇 개의 난간을 버렸다

푸른 언어들이 떨어진 틈이 홀가분하다

사과 궤짝을 뜯어 만들었던

헐거운 난간에도

푸른 말들을 버리고 있다.

계단 없는 난간은

빛을 받지 못한 푸른 잎들이 고개를 빼던 곳

유리창 안에서 시든 이파리에게

바램 하나 앉히려 했었다

천둥 끝, 손가락을 품던

단풍나무에도 난간이 있다면 내내 가을이다

허술한 이파리의 식물들은

집안으로 들이고

뒷문이 튼튼한 식물들은 집밖에 월동한다.

단풍나무에게도

붉은 발, 몸통들은 날아가고

홀가분한 발들만 오그라든다.

애써 지켜왔던 난간의 균형을 보란 듯이

속 시원히 버리는 가을

쳐다보는 하늘이 넓고 푸르다

빈가지에 햇빛 받지 못한 푸른 이파리 몇 장

새들이 노니는 난간이

참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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