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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창문

by 김화연


김화연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갚지 못하는 친구를 만나니 불편하다

돈을 빌려간 친구의 집

불 켜진 창문이 불편하다

독촉도 없는 원금에

불편은 이자처럼 늘어만 간다.

빌려준 기억이 가슴에서 머리로

머리카락으로 쑥쑥 자라고

불편은 겨울 대밭처럼 차고 날카롭다

그랬으면 좋겠다.

가령 새들이 동그란 숫자를 품고 뒤척거리면서

깨질 때까지 기다리는 소멸의 화폐를 다루듯

여름 동안 텅 비어가는 동그란 숫자들처럼

원금의 기억을 품고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는 새들처럼

텅 빈 새의 둥지를 볼 때마다

다시 동그란 숫자들이 날개를 접고

둥지로 들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

세상엔 원금은 없고

이자들만 요란한 소리를 낸다.

이자들은 가혹하거나 야박한 날짜들

상환기간이란

어느 한 쪽이 지치거나

사라지는 시간이다

창문들은 오해의 한 장면이어서

안이든 바깥이든 소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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