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달은 지구의 밤을
속속들이 빛나는
전구들의 어머니,
겨울의 폭설과 철조망을 지나
저 산등성이를 막 넘어가신다.
둥근 몸 안에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키우는 곳
가시관을 쓴 분쟁들
밝은 필라멘트는
몇천억 년 쯤 끄떡없겠다.
지금은 양 떼들이 우는 밤 깊은 시간
숨고 싶은 이에게
달은 초승의 밤을 제공하고
환하게 드러나고 싶은 이를 위해서도
달은 보름을 풀어 놓는 것이다
염원이 아니라면 저 달
밤하늘에 떠 있겠는가.
빛과 어둠의 날들을 풀어놓으며
새벽을 향해 길을 밝히는 달
육신의 손실도
상실의 존재들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썰물과 밀물의 어머니
지구의 모든 물빛에 들렀다가는
물고기들의 전구 같은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