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물기슭에 앉아
스치는 물에
손바닥을 내밀면
자박자박 밥물 잦아드는 소리 들려온다
손바닥과 손등
떼놓을 수 없는 한 손
손바닥을 내 기슭으로 여기고
손등에서 끓는 물소리를 듣는다.
살가죽에 붙은 미역 줄기의 울음과
눅눅한 김이 번져있는 손등
이끼 묻은
손등에 부은 잰 밥물이
몇 번 넘치고 남은 뒤끝을 졸이듯
물기슭은 끓는다.
흰쌀과 물과 손등으로
차려진
윤기 흐르는 하얀 밥
움켜쥔 적 없는 손바닥을
감싸고 있는 손등
내 몸에서 제일 가난하다
천덕꾸러기처럼 로션하나 바르지 않고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손등
그래도 밥물 가늠할 때
가장 믿는 구석이다
잘된 밥 냄새가
가끔은 손등에서 난다
▲ 김화연 시인 © 울산광역매일 시가흐르는아침 2023년8월2일
<시작노트>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해 질 녁에 만나면 그 어느 것이라도 좋다
어둠과 빛이 함께 공존하는 미학의 해 질 녁
해 질 녁에 비치는 손등은 걸어온 길을 말해주는 듯
어둡고 눅눅하지만 내가 살아온 온기의 자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