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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지는 빨강

by 김화연


김화연


파랑은 천지(天地)의 무게

빨강은 낙하의 무게

파랑은 단단한 무게로 매달려

제 발자국을 단속하는 꼭지가 있다.

버드나무 잎들이 물빛과 수런대고

열매들,

까치에게 주워들은 물총새이야기와

잠깐 다녀간 이슬방울

가림 막 없는 비바람과 폭염이 꽉꽉 들어차고 있다

비좁아지는 파랑의 등에

날개를 활짝 편 나비 앉았다 날아간다.

내 등을 내어줄 때

버린 만큼 거둔다는 꽃말에

햇살을 줄이기로 했다.


파랑은 가벼움 쪽으로 늘어지고.

문을 닫는다.

가벼워진 것들이

떨어지거나 날려간다.

바닥엔 빨강들이 지천이고

그 빨강을 먹으려고 가장 가볍다는

날파리들 몰려든다.

티끌 날개로 비비는 저녁에

땅에 내려와 저무는 어둠을 보고 있다

가볍거나 무거운 것을 계측하는 것은 꼭지들이다

흐르는 내 몸도 낙하의 시점이 오듯

붉게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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