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분주하던 여름의 저녁이 쌀쌀해지고
날개들 한가한 가을이 와서 방충망을 뜯었네.
집요하게 여름이 통과하려 했던
철망의 틈 틈마다
여름 저녁의 날개들이 끼여 있네.
저 미세한 틈으로 불빛을 찾아 들던 것들
푸른 눈은 멀고 절뚝이는 다리하나 걸려있네
물장구치는 여름이 아닌
잔고殘高없는 그늘이 먹던 바람
바닥에서 쌀벌레, 거미들이 기어가네.
난청의 새 한 마리
흔들리는 창문 틈에 앉아 부푼 거미집 보고 있네.
방충망은 여름날 성가신 혈투를 막아주었었네
견고하게 여름을 막고 있던
얇은 경계 사이로 느닷없이 가을이 들어오네.
숱 무성해 풀지 못했던 머리카락
귀밑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보이네.
어떤 미세한 틈도 그물도
가을을 막아내긴 힘들 것 같네
방충망을 거품으로 청소하는 늦은 오후
계절이 자리바꿈하는 사이
나무들 이파리가 흐릿해지고
오는 계절이 핑 도는 감정으로 또 흐릿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