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어둑한 저녁, 별들을 점등하려
성냥불처럼 분꽃이 핀다.
딸 부잣집 딸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던,
열평 남짓 마당
채송화 꽃에 마실 온 여름
붉은 맨드라미꽃에게 마당의 난기류를 전한다.
누가 들어올까
허름한 문을 열쇠로 잠근 날엔
번뜩이던 머릿속이 농한기에 접어든 듯
반나절동안이나 열쇠를 찾은 적 있다
혼잣말을 지껄이던 노인은
고욤나무에게 물어보고
탱자가시를 덮고 있는 나팔꽃에게
문 옆의 주변들에게 물어보았지만
푸른 잎들은 못들은 척 손사래를 쳤다
시집간 막내딸이 깨진 독에 심어놓은 분꽃
검게 탄 머릿속에
불의 씨앗이 톡톡 떨어진다.
도둑들은 씨앗은 뒤지지만
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해가 지면 노을에게 불씨를 얻어 불 켜는 분꽃
밤눈 어두운 노인의 귀가를
화륵 화륵 밝히고 있는 분꽃
저 화분 밑에
빈집의 문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