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분꽃

by 김화연

김화연


어둑한 저녁, 별들을 점등하려

성냥불처럼 분꽃이 핀다.

딸 부잣집 딸들이 옹기종기 모여 놀던,

열평 남짓 마당

채송화 꽃에 마실 온 여름

붉은 맨드라미꽃에게 마당의 난기류를 전한다.

누가 들어올까

허름한 문을 열쇠로 잠근 날엔

번뜩이던 머릿속이 농한기에 접어든 듯

반나절동안이나 열쇠를 찾은 적 있다

혼잣말을 지껄이던 노인은

고욤나무에게 물어보고

탱자가시를 덮고 있는 나팔꽃에게

문 옆의 주변들에게 물어보았지만

푸른 잎들은 못들은 척 손사래를 쳤다

시집간 막내딸이 깨진 독에 심어놓은 분꽃

검게 탄 머릿속에

불의 씨앗이 톡톡 떨어진다.

도둑들은 씨앗은 뒤지지만

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해가 지면 노을에게 불씨를 얻어 불 켜는 분꽃

밤눈 어두운 노인의 귀가를

화륵 화륵 밝히고 있는 분꽃

저 화분 밑에

빈집의 문이 숨어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방충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