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사과 벌레가 사과를 기다리는 동안
꽃들은 문을 연다.
모든 병의 입구가
저 꽃과 같다
그때 삐걱삐걱 약통의 날들이
살충의 날들을 배합한다.
열린 사과 꽃들에게로
꿈틀거리는 바람이 새어 들어간다.
잎들은 팽창하고
주름을 한껏 조인 남풍이다
사과 속에서 한 몸인 듯 사는 사과벌레는
어쩌면 사과의 우울증일지도 모른다.
뜨거워진 꽃잎을 식혀줄
파란 나무를 타고 붕붕거리는
벌들의 날개 진동이 떨릴 때
나는 그맘때
나는 빨간 볼을 배웠다
사과 벌레가 사과를 기다리는 동안
세상의 땅속에선
검은 어둠이 채굴되고 있겠지만
사과 벌레는 하얀 사과의 속살을 뚫고
달달한 여름을 지나간다.
여름은 벌레들의 채굴 시기다
아마도 사과 씨들 중
일부는 벌레에게서
그 모양을 배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