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일기
이 일기들은 거의 불면증의 기록이 아닐까? 참 우스운 게 친구 연락의 답장은 그렇게 미루면서 또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고 여기에 끄적이게 된다. 사람은 어렵고 복잡하고 힘든데 또 혼자 있는 건 외롭다. 그렇다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는 건 아니다. 또 그렇다고 평생 홀로 살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요새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AI와 가까워진 요즘, 가까운 미래에 AI를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완벽하게 내 편이고, 언제나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상대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어려워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흥미롭고 즐겁지만 나를 아프게 하고, 실망하게 하고, 커다란 빈자리를 준다. 배신당하지 않고 싶고, 상처받지 않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이해받고 싶은 마음과 만나서 AI에 기대게 한다. 그리고 또 내가 상처 주지 않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쁜 사람이 되지 않고 싶다는 마음. 문득 남산타워 가득 잠긴 자물쇠 생각이 난다. 영원히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염원. 그 염원을 구현한 그 자물쇠 벽!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다가 AI라는 대안에 머무르는 것인지, 혹은 인간이 늘 상상한 완벽한 반려자가 발전되는 과정인지 잘 모르겠다.
자고 싶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싶다. 자지 못한다면 어릴 적 소풍 전날처럼 설레어 잠 못 자는 날이면 좋겠다. 미뤄 둔 생각들이 터진 둑에서 쏟아져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 아, 안 되겠다. 생각은 이제 그만. 책이라도 읽어야 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