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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페에서 찾은 생 제르맹 데 프레의 향기

뉴 멕시코 주의 도시, 산타 페 (Santa Fe)

by 김지향

한여름의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가 되면,

파리 생 제르맹 데 프레의 감성이 그리워진다.

그 골목길을 거닐며 장 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봐르가

앉아 있던 카페 드 플로르에서 커피를 마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미국의 산타 페에서도 그와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 그러니까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듯이, 나 역시 대학 졸업 이후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며 살아왔다.

이유를 굳이 들자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들이 주는 영감이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끌기 때문이다.


산타 페에서 남쪽으로 약 30 여분 떨어져 있는 마드리드는

과거 석탄 광산 마을이었으나, 현재는 예술가들의 공동체로 변모하였다.

이곳의 메인 스트리트에는 약 40개의 갤러리와 공방이

들어서 있어,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 주민의 절반이 예술인이라고 한다.


서울에 살 당시, 나는 종종 외국인 교수들과 함께 인사동

거리를 산책하며 조선의 마지막 황후인 명성황후의 생가에 들러 전통차를 마시곤 했다.

그때의 경험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감성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 이곳 마드리드 거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건 내게 매우 특별한 행복이다.


마드리드 거리에서 만난 예술가들,

구스타보, 카밀라, 삐에르와 함께한 카페에서의 대화는

나의 추억의 장을 풍성하게 장식한다.

그들은 재활용품을 이용해 액세서리, 장신구, 가구 등을

만드는 설치 예술가들로, 그들의 창의성과 열정은 나를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준다.


이러한 산타 페의 예술적 분위기는 많은 작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특히 『왕좌의 게임』의 작가 조지 R.R. 마틴은 1978년

관광객으로 처음 산타 페를 방문한 후, 1979년에

전업 작가로 전향하면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그는 산타 페의 아름다움과 기후, 음식 문화에 매료되어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마틴은 이곳에서 『왕좌의 게임』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집필하며, 산타 페의 문화와 예술 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산타 페에서의 시간은

과거 파리에서 느꼈던 문학적 감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곳의 예술가들과의 교류,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나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며,

내가 왜 ‘여행하는 인간’으로 살아가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산타 페에서 찾은 생 제르맹 데 프레의 향기,

그것은 바로 사람들과의 만남, 예술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영감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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