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만의 동력 장치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뇌에 스위치를 켠다.
누군가는 트레드밀 위에서 땀을 쏟아낸 후에야 자기 자신을 만난다.
또 누군가는, 독한 위스키 한 모금으로 하루의 막을 조용히 내린다.
나에게는 조금 다른 습관이 있다.
나는 연필을 깎는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손글씨보다 자판 소리가 더 익숙해진 시대에,
나는 여전히 종이 노트와 연필을 곁에 둔다.
글씨를 쓰는 손끝의 감각,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
부드러운 흑연의 질감.
그 모든 것이 나를 현실로, 내 생각의 중심으로 불러들인다.
특히, 무뎌졌다고 느껴질 때.
감각이 둔해지고, 말끝이 흐릿해지고,
생각이 안갯속을 걷듯 어지러울 때.
나는 연필을 깎는다.
마음 같아서는 연필칼을 이용해 나선형으로 정성스럽게
깎아보고 싶지만,
워낙 타고난 똥손이라 늘 전동 연필깎이를 이용한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연필이 돌아가고,
잘린 나무 향이 코끝에 맴돈다.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게는 일종의 정신적 리셋 버튼이 된다.
연필의 촉이 날카로워지는 만큼,
나의 촉도 다시 깨어나는 느낌이 든다.
한 번도 내게 말 걸지 않았던 문장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잊고 있던 단어들이 연필심처럼 다시 선명해진다.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는 동작이겠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장치이고, 의식이며, 신호이다.
“이제 다시 시작해도 좋다.”
습관이란 그렇게 우리 안의 문 하나를 여는 열쇠가 된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 문이 열릴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된다.
그건 나를 다시 정렬하며 내면을 다듬는 의식인 셈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습관이 있으리라.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고, 별것 없어 보이지만
스스로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다 놓는, 그런 동력 말이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습관 속에는
자신을 회복하는 은밀한 기술이 숨어 있다.